택지를 선정하고 인허가 과정을 거쳐 보상을 하고 아파트를 짓고 입주할 때까지 아무리 빨라도 5~6년은 걸린다. 오히려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지역은 호재로 인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단기적인 집값 안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단기간 효과만 바라보며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지역 7개시에서 후보지 8곳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 8곳은 안산시(2곳), 광명시, 과천시, 의왕시, 의정부시, 시흥시, 성남시 등으로 이곳 부지 총 542만㎡에서는 3만9189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일단 정부가 늦게라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추석전에 추가 규제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면서 시장이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집값이 뛰어오를지 모르는 현재와 같은 '이상 현상'을 장기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정부가 기대하고 이야기하는 수준의 집값 안정화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현재 부동산시장의 급등 원인은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집을 공급하고 수요를 분산시켜야하지만 오히려 정부의 정책은 공급을 줄이고 수요가 몰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추석전에 대규모 정책 내놓는다고 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면서 "투기지역을 지정하고 세금을 올린다고 해도 집값이 안잡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책을 내놓는다고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택지개발지구 지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적어도 4~5년, 길게는 6~7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확대 효과가 단기간에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택지개발지구 지정에만 1년 가까이 걸리고 보상을 진행하는데도 1년이상 걸린다"면서 "후보지로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3년 정도 지나야 택지공급이 이뤄지고 이후 분양을 시작하면 5년이 지나야 입주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과천 등 일부지역 주민들의 경우 해당지역의 공급과잉으로 시장 침체를 우려해 격하게 반발하고 있고 사전에 후보지 초안이 유출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 상황이다.
안산 역시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이뤄지면 집값이 더 떨어지고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는데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한다거나 업무시설 등을 짓는 '회유책'을 쓴다면 이로인한 호재로 이 지역 집값이 또다시 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상황에서 단기간에 집값을 잡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시장상황에 일희일비해 특정지역의 집값을 잡겠다고 또다시 규제책을 내는 무리수를 두지 말고 차분히 시장을 바라봐야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현재 정책방향을 바로 잡아야한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집값을 잡기보단 서민들과 중산층에게 어떻게 안정적으로 주택을 계속 공급할 것이냐에 집중하는데 정부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또 무리하게 그린벨트를 풀기보다는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개발제한구역 등 서울지역내 토지를 활용한 공급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면 집값 폭등의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남 재개발 용적률을 높여주고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핵심지역에서의 공급량을 늘려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의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되고 그린벨트 효용성이 없는 땅, 훼손된 땅, 농지로 가치가 없는 땅과 같은 곳을 개발해야 된다"면서 "강남의 경우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없게 영구임대주택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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