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긴 세월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친척들이 만남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연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목원선·원구(85·83) 형제는 68년 만에 만난 북측 형 김인영(86·본명 목원희)씨에게 4형제 중 막내가 몇 년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야 했다.
김씨는 지난 1950년 7월 외숙모와 함께 서울의 한 시장에 먹거리를 사러 갔다가 인민군에 끌려갔다고 한다. 이듬해 원선씨는 국군에 자원입대해 전쟁을 치렀다.
7년간 인민군으로 복무한 김씨는 제대 후 혼자가 됐다. 그는 동생들에게 "앞길이 막막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바꿨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선씨는 "형은 (막내 사망 소식에) 아무 말씀을 못 하시더라"라며 "형은 '맏이로서 챙겼어야 했는데 제일 어린 동생이 그리됐다니 응어리가 생긴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송씨의 어머니는 송씨를 만나고 1년 뒤에 사망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송씨도 알고 있던 내용이다. 송씨는 이번 상봉 전까지 단순히 아들을 만난 후 삶에 대한 의욕을 잃으셨을 가능성 등을 추측할 뿐이었다.
송씨는 이번 상봉에서 동생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언에 따르면 송씨가 방북한 다음 당국에서 평양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개성의 아파트를 줬는데, 고향에 지어진 새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데 기뻐하시다가 쓰러지셔서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송씨의 누나도 이번 상봉에 함께 나오려고 했으나 누나의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죽으면서 충격을 받고, 결국 상봉까지 포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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