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협회 10~40대 미혼모 359명 조사
응답자 52% "韓 미혼모 양육환경 안달라져'
미혼모 자녀양육비로 총소득의 71.3% 사용
가장 필요한 사업 1순위 '미혼부 법적책임 강화'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결혼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 5명 가운데 3명이 소득이 없어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는 사직을, 학교에선 자퇴를 강요받는 등 편견과 차별에도 시달리고 있어 법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취학 자녀가 있는 10~40대 여성 359명을 대상으로 4월20일부터 5월8일까지 19일간 진행한 온라인 조사결과 이들의 월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이었다.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기준 기혼 여성 한명당 월평균 자녀양육비용 지출액은 65만8000원이다. 미혼모는 자녀양육에만 총소득의 71.3%를 부담하는 셈이다.
월평균 소득에서 절반에 가까운 45만6000원이 근로소득(복지급여액 37만8000원, 기타소득 8만9000원)이었는데 이마저 응답자의 61.6%는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10.0%는 아예 소득이 없었다. 무소득자 비율은 10대가 26.3%로 가장 높았고 20대 11.3%, 30대 7.8%, 40대 2.9% 순이었다.
이들은 77.2%가 산후우울증을, 73.5%가 양육으로 인한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하고 있어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응답자의 63.2%가 재정적인 이유로 본인이 아팠을 때 병원을 가지 못했다고 했다.
양육에서 힘든 점으로 34.3%가 재정적 어려움을 꼽은 배경이다. 직장·학업 병행의 어려움(22.0%), 자녀양육스트레스(10.3%),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8.4%)보다 여성들을 괴롭혔다. 31.6%가 학업 병행이 어렵다고 한 10대를 제외하면 20~40대 모두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렇다고 사회적 편견의 벽이 낮은 것도 아니다.
10명중 8명(82.7%)이 아이를 여성 혼자 양육하는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별로 보면 여성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얘기한 경우가 80.5%로 주를 이뤘고 대중매체를 통한 부정적 묘사(71.3%), 혼전임신에 대한 비난(70.2%) 등에도 무방비 상태였다.
의료기관 35.7%, 주민센터 및 구청 35.4%, 주거계약 관련 17.0%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
직장에서 부정적 경험을 한 여성의 27.9%가 임신 이후 권고사직을 강요받았고 또 다른 27.9%는 인사적 불이익을 경험했다. 학교에선 11.6%가 자퇴를 강요당했으며 14.3%는 선생님 등으로부터 차별을 겪어야 했다. 보육시설에서도 25.0%가 단순히 미혼모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응답자의 52.1%는 향후 미혼모 자녀 양육 환경에 대해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아질 거란 응답자는 26.7%, 나빠질 거란 여성은 21.2%였다.
현재 임신 중인 다른 여성을 만나면 '직접 양육할 것을 권한다'고 한 응답자가 주를 이뤘으나(57.9%) 인공임신중절(낙태)을 권하겠다는 여성이 22.3%, '입양하라'고 말하겠다는 여성도 5.6% 있었다.
이런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응답자의 50.7%는 '미혼부의 법적 책임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아동 및 청소년기 교육(18.7%)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경애 사무총장은 "대다수 미혼모는 양육과 직장,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일상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양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22일 오후 3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하는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토론회에서 발표된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