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자(99·여)씨는 이번 상봉에서 북측에 남은 첫째 딸 김경실(72)씨와 둘째 딸 김경영(71)씨를 만난다.
한씨 가족들은 모두 흥남에 살았지만 1·4후퇴 전후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한씨는 당시 "2~3개월이면 다시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갓난아기였던 셋째 딸 김경복씨만 업고 거제도로 내려왔다.
한씨는 거제도에서 수소문해 먼저 피난했던 남편을 만났지만, 이후 두 딸은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한씨는 남측에서 딸 3명과 아들 1명을 더 낳았다.
한씨는 이번 상봉에 당시 갓난아기였던 셋째 딸 김경복(69)씨, 남측에서 낳은 아들 김경식씨와 함께 참석한다. 이에 따라 모녀 상봉에 이어 남매 상봉도 동시에 이뤄지게 됐다.
아들 김경식씨는 "어머니께서 '걔들(북측 딸들) 고아로 해서 내려왔는데…고생해서 살았을 거다' 이렇게만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자강도 희천군(현재 희천시)이 고향인 조봉임(88)씨는 동생 조봉규(83)씨와 아들 조영호(67)씨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조씨는 6·25 당시 인민군에 징집되면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 이후 미군 포로로 잡히면서 남한에 내려오게 됐다.
조씨도 남측에 있는 아들·딸과 함께 가게 되면서, 남매 상봉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다만 조씨는 "북한에 있을 때 결혼을 할 뻔한 여자 친구는 있었는데 혼인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며 '아들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수(81)씨는 형 김영선(86)씨와 여동생 김영애(79)씨와 함께 3남매 상봉을 하게 된다.
김씨는 황해도 은율군에서 아버지, 형, 여동생과 살던 중 1951년 1·4후퇴 당시 징집을 피하기 위해 1년 간 인근 석도에 있는 친척집으로 몸을 숨겼다.
이후 1952년 영국 군함을 타고 황해도민들이 월남할 때 친척들과 함께 급하게 남으로 내려오면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
서진호(87)씨는 셋째 동생 서찬원(74)씨, 막내 동생 서원호(63)씨와 함께 3형제 상봉을 하게 된다.
서씨는 전쟁 당시 철도기관사 학교를 졸업해서 조수로 일하고 있었지만, 인민군에 징집될 수 있는 상황이라 친척집 곳곳을 피신다녔다.
집안의 장손이었던 서씨는 남동생, 여동생들과 잠깐 피신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됐고 이후 가족과 만나지 못하게 됐다.
서씨는 부모님과 동생을 포함해 가족 5명에 대해 상봉을 신청했는데 셋째 동생의 생존만 확인했고, 분단 이후 태어난 막내 남동생은 이번에 알게 됐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단은 이날 오후 3시께 금강산 호텔에서 단체 상봉을 시작했다. 상봉시간은 2시간이며, 185명의 북측 가족이 참석한다.
남북 이산가족은 단체 상봉행사 후 각자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는 북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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