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2시 강북구 주민 수백명이 연호하는 가운데 발표장인 강북문화예술회관에 입장한 박 시장은 박용진, 김성환 등 강북지역 국회의원과 박겸수 강북구청장 등을 대동한 채 1시간 남짓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정책구상을 알렸다.
박 시장은 정장 대신 반팔 티셔츠에 면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서 발표에 임해 마을 주민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주민들은 "강북구, 박원순", "삼양동, 박원순" 등을 연호하며 발표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시장이 이날 밝힌 내용은 교통·도시계획·주거에 집중투자해 낙후된 강북지역의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하면서도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으로 붕괴된 골목경제를 주민 중심 지역 선순환 경제로 부활시키는 게 골자다.
박 시장은 "천하의 정치인은 세상 걱정 먼저하고 세상이 기뻐한 후에 즐긴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 한자성어를 소개한 뒤 "정치는 고통받는 국민에게 가서 공감하고 경청하고 답을 찾는 것"이라며 "삶의 변화를 만들어드리기위해 정치는 어디에 있어야하나. 시민 삶의 한복판에 있어야한다. 그래서 삼양동에 왔다"고 한달간의 삼양동 옥탑방 생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옥탑방 생활을 쇼라고 비판하는 야당 등을 겨냥해 "어떤 사람들은 쇼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여러분이 보시기에 쇼였는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 한달 살아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남북간 문화, 교육, 경제적 격차를 일일이 수치를 거론하며 비교했다.
서울시는 구체적 소요재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시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도시철도와 빈집 1000호 매입에만 수조원 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박 시장 취임 이래 최대규모 재원이 강북지역에 투입되는 것은 확실시된다.
◇교통 : 비 강남권 4개 철도 노선 재정사업 전환, 공공시설 나눔카 주차장 설치 의무화
오르막과 구릉지가 많아 기존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강북지역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등 새로운 유형의 교통수단을 도입한다. 2020년부터 각 5개 권역에 각 1개소씩, 2022년부터는 자치구별로 1개소 이상을 목표로 설치한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강북지역 공공시설에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가 의무화된다. 시비 추가 지원으로 공영주차장이 확대되고 가로변 여유공간이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주거환경 : 빈집 1000호 매입, 신축불가능지역 소규모 정비모델 도입
시는 강북지역 저층주거지의 72%를 차지하는 노후주택과 인근 낙후된 주거환경을 정비·재생한다.
시는 장기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 중심 창업공간, 청년주택,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올해 마련된 관련법(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전 자치구 대상 실태조사를 실시해 지침을 마련하고 내년에 우선 400호를 매입한다. 2022년까지 모두 1000호를 매입해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한다.
주민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정비'가 활성화된다. 맹지나 부정형·과소필지 등 신축이 불가능한 지역은 재개발 외에 정비사업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각자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법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신축이 불가능해 쇠퇴가 심각한 지역에는 다양한 유형을 종합 활용한 '상생형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한다. 정비가 시급한 지역을 소규모로 정비해 집을 수리하고 주민공동시설을 제공한다. 시는 내년 우선추진대상지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후주택을 고쳐서 다시 쓰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집수리를 활성화하고 주민 집수리 숙련공을 양성한다. 이를 위해 '3인1조의 컨설팅단(집수리 전문가+금융 전문가+마을건축사)'을 구성한다.
자신의 집을 보존하면서 개선하려는 주민에게 집 수리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가꿈주택' 사업의 보조금액을 2배로 상향(최대 1000만원→2000만원)해 2022년까지 총 2000호를 추진한다. 상담을 제공하고 저렴한 이자로 융자하되 월세수입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을 도입한다.
◇골목경제 : 주민 주체 '선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 마을 단위 '생활상권 프로젝트' 가동
시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로 인해 무너진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을 시도한다.
생활상권 프로젝트는 강북지역 소상점 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사업이다. 시는 종합 상담(상품 개선, 유망업종 전환 등)을 제공하고 상권 내 빈 점포를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공동 작업공간이나 만남의 장으로 조성한다.
2030 서울생활권계획과 연계한 상업지역 지정은 내년부터 가시화된다. 시는 상업지역 지정가능 물량(총 134만㎡)을 동북권(44%, 59만㎡)과 서남권(30%, 40만㎡) 중심으로 배분 완료했다.
◇교육·문화·돌봄 기반시설 : 대학 연계와 시설 확충으로 양극화 해소
서울 소재 대학교가 대부분 비 강남권(51개 중 49개)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대학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한 교육·진로 사업이 운영된다.
캠퍼스타운 사업과 연계해 내년부터 4개 대학(고려대, 광운대, 세종대, 중앙대)에서 시범운영이 시작된다. 대학 교수진이 진로 상담을 해주거나 대학별 특화 분야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시는 내년부터 매년 30개 학교(2022년까지 총 120개교)에 스마트패드, 3D프린터 등 기기를 지원해 정보통신 기반 학습환경을 만든다. 매년 27개 초등학교(2022년까지 총 108개교)에 뮤지컬·음악 등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전용 교실을 설치한다. 체육관이 없는 동북권 29개 학교에는 2022년까지 체육관 설치를 완료한다.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전용공간인 권역별 예술교육센터가 2022년까지 11개소 조성된다. 강북지역에 청소년 문화·휴식공간을 2022년까지 20개소 추가로 건립한다. 2022년까지 비 강남권에 20개 구립도서관을 확충하고 서울도서관의 권역별 분관(5개)을 2025년까지 설치한다.
시는 신규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 강남권에 집중한다는 원칙 아래 2022년까지 영유아 열린육아방 373개, 국공립어린이집 486개, 우리동네 키움센터 357개를 각각 설치한다. 강북권에 어린이전문병원을 신설한다.
◇공공기관 강북 이전 연내 확정,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우선 검토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이 추진된다. 강남 또는 도심권에 있는 기관을 강북지역으로 옮겨 지역발전 촉매제가 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강남권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이 우선 검토대상이다. 시는 공공기관 이전 추진단을 가동해 이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상기관을 확정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시는 올해 지역 간 공공시설 불균형 실태를 조사해 서울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평균기준을 담은 '서울형 균형발전기준선'을 선언하고 내년 예산 편성부터 적용한다.
시는 1조원 규모 균형발전특별회계(2019~2022)를 별도로 조성해 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한다. 지역균형발전 사령탑 역할을 할 균형발전담당관을 기획조정실 안에 내년 1월까지 신설한다.
이밖에 박 시장이 1개월을 보낸 강북구 삼양동에서는 지역형 사업이 추진된다.
도시가스가 설치되지 않은 삼양동 내 건물 124개소, 주택 175세대에 연말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된다.
장기간 중단된 우이동 유원지 사업(구 파인트리)이 정상화된다. 시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연내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시와 사업자, 자치구 등이 방안을 마련하고 여의치 않으면 시가 부분인수해 시민휴양소 등 용도로 공공개발할 방침이다.
시는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강북권역에 자재 수거 공간과 창고, 수선가게, 창업가게, 재활용 판매장, 폐지 중간 집하장소 등을 세울 계획이다.
시는 또 컨테이너와 자재로 적치된 빨래골입구를 정비해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 우이령길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우이령길을 북한산 경관과 어우러지는 산책길로 조성한다.
박 시장은 "삼양동 한달 살이는 시민들의 삶 한가운데에서 함께하며 가장 힘겨운 고통이 무엇인지 목격하고, 고통의 본질적 문제와 핵심을 깨닫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시도"라며 "지역균형발전은 제 임기 중에 완결 없는 진행형이다. 적어도 향후 4년 간 강남북 균형발전의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70년대에 이뤄졌던 도시계획 정책배려, 교통체계 구축, 학군제 시행, 대량주택공급 등 강남집중 개발에 기인한 것으로 특단의 결단과 투자, 혁명적인 정책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강북 우선투자라는 균형발전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내실 있는 변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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