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서 부풀려라"…은평뉴타운 시행사 수십억 리베이트 적발

기사등록 2018/08/19 09:00:00

용역업체에 계산서 부풀려 발행 지시…10억여원 챙겨

용역대금 받으려면 시행사가 신탁사에 자금집행 요청해야

'울며 겨자먹기' 일부 업자, 증거 위해 핑계대고 계좌 송금

A씨, 허위분양대행계약서 등 수법으로 36억9500만원 챙겨

브로커, 토지구입비 대출 알선…A씨에게 5억5000만원 받아

【서울=뉴시스】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 시행사 대표가 용역업체에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 등으로 36억9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8.08.19.(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용역업체에 허위 계산서를 작성하게 하는 수법 등으로 신탁자금 수십억원을 챙긴 시행사 대표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약 1600억원 규모 주상복합 오피스텔 3개동을 개발하는 시행사 대표 A(51)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업무상 횡령·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또 A씨의 범행에 가담한 시행사 직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업무상 횡령 혐의로, A씨에게 횡령자금을 전달한 용역업체 대표, 페이퍼 컴퍼니 브로커 B(40)씨 등 8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수사 착수 사실을 A씨에게 알려준 신탁사 직원 C(29)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A씨에게 대출을 알선한 금융브로커 D(52)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용역업체들이 입금한 신탁자금 중 리베이트 명목으로 10억8500만원을 돌려받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신탁자금 16억원을 받는 등 총 36억9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 시행사 대표는 용역업체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하고 그 차액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8.08.19.(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A씨는 용역업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부풀려 발행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A씨는 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신탁사에 제출해 업자가 용역대금을 과다 입금하도록 했다.

 신탁법에 따르면 용역업체가 신탁사에 예치된 용역대금을 받기 위해서는 시행사가 신탁사에 자금집행을 요청해야 한다. 리베이트는 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지급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다양한 용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했다. A씨는 광고업체, 조경 납품업체, 전기소방 감리업체 등으로부터 48회에 걸쳐 리베이트 금액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용역업자에게 입금된 허위 용역대금을 5만원권 현금으로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일부 용역업자들은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핑계를 대며 현금 교부가 아니라 수표를 사진으로 촬영해 전달하거나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을 택했다.

 A씨는 또 허위로 분양대행계약서를 작성해 신탁사에 제출하고 16억원을 받아 페이퍼컴퍼니 브로커 B씨 등 2명에게 3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13억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A씨가 업무편의상 재건축 조합장 인감을 소지해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신탁사로부터 7억3000만원을 수령해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부인을 시행사 법인 직원으로 등재해 3년 5개월간 임금 명목으로 2억8000만원을 타내는 등 총 36억9500만원을 챙긴 사실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금융브로커 D씨가 약 285억원의 토지구입비 대출을 성사시켰다는 명목으로 A씨로부터 5억5000만원을 받았다. 또 신탁사 직원 C씨는 경찰 수사 초기 자금집행 현황에 대한 수사 협조 공문 등을 시행사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금 비리를 막자고 도입된 신탁제도 취지와 달리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신탁사에서 실질적으로 자금 집행의 적정성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wahw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