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용호 ARF 광폭 행보…11개국 양자회담

기사등록 2018/08/04 21:00:19
【싱가포르=뉴시스】배훈식 기자 = 4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아세안외교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2018.08.04. dahora83@newsis.com
【싱가포르=뉴시스】김지훈 기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에서 예년과 달리 광폭 외교행보를 보였다.

 지난 3일 오전 싱가포르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이틀간 모두 11개국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의장국이었던 필리핀 등 총 3개국과 양자회담을 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를 지냈던 정성일 외무성 연구원은 4일 오후 6시42분께 리 외무상에 이어 숙소로 복귀, 로비에서 취재진과 만나 "외무상 동지는 오늘도 여러 나라 외무상과 쌍무접촉을 했다"며 "미얀마 외교상(국제협력장관), 필리핀 외무상, EU(유럽연합) 외교 및 공동안보정책대표, 뉴질랜드 외무성 부상 등 4명과 쌍무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접촉에서는 쌍무관계 발전과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의견교환을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리 외무상은 지난 3일 중국, 태국,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7개국과 외교장관회담을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해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게 북한 대표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리 외무상은 싱가포르 방문 둘째 날에도 오전부터 엑스포 컨벤션센터에 머물며 양자회담을 진행하는 한편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리 외무상은 연설에서 "조미공동성명이 미국 국내정치의 희생물이 되어 수뇌(정상) 분들의 의도와 다른 역풍이 생겨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연설은 '단계적 동시행동'이라는 자신들의 비핵화 원칙을 거듭 확인하는 동시에 종전선언에 앞선 선제적 핵 시설 신고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은 또 자신들이 핵-무력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경제 총력 노선을 새롭게 채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평화적 환경' 조성에 국제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리 외무상은 한국과 미국의 양자회담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일 환영만찬에서 강경화 장관과 조우해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미국 측에는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ARF 포토세션 때 리 외무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리 외무상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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