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정씨 30개월간 멕시코 교도소에 억류
당시 영사 대응 미흡 문제…감봉 1개월 처분
법원 "영사 업무 태만해 구속 장기화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이 전 영사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은 이 전 영사가 업무를 소홀히 해 양씨의 구속이 장기화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멕시코 검찰은 양씨와 한국인 여성 종업원을 체포한 지 12시간이 넘어 주멕시코대사관에 통보했지만, 이 전 영사는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영사지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상태에서 작성된 1차 진술서가 구속적부심 등에 증거로 채택돼 양씨의 구속이 장기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전 영사는 초기 감사원 조사에서 '종업원들이 피의자가 아니라서 굳이 면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며 "현지 검찰의 부당대우나 인권침해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영사는 '피해자 신분인 종업원들 조사에 입회할 필요가 없었고,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 입회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며 "종업원들에 대한 영사 입회 요청을 합리적 이유 없이 상당 기간 거절해 영사 업무를 태만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사가 이 전 영사에게 20차례 가까이 양씨 재판에 참석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대사에게 보고 없이 독자적으로 재판 불참을 결정했다"며 "검찰의 위법증거수집 문제가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그제야 인지한 것으로 봐 재판 진행 상황 파악에 소홀했다"며 이 전 영사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016년 1월 멕시코 여행 중이던 양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교포 이모씨가 운영하는 주점 일을 도왔다. 그러던 중 멕시코 경찰이 인신매매 및 성착취 혐의로 주점을 압수수색하면서 양씨와 종업원 등은 검찰에 연행됐다.
검찰은 종업원을 조사한 뒤 "나는 매춘부이고 양씨는 뚜쟁이다"라는 내용의 1차 진술서를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법원은 양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이후 통역을 통해 진술서 내용을 들은 종업원들은 내용을 번복해 2차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후 멕시코 연방법원에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법원은 "양씨와 종업원들이 영사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며 2차 진술만 증거채택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항고했고, 법원은 지난해 5월 "검찰이 제출한 다수의 증거를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양씨는 즉각 석방됐지만, 다음달 6일 형사법원은 구속적부심을 다시 열어 구속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양씨의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 전 영사의 미흡했던 초기 대응 문제가 대두됐고, 경찰청은 지난해 4월 임 전 영사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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