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부활 1년, 바다는 안전해졌나?

기사등록 2018/07/29 06:00:00 최종수정 2018/07/29 21:34:30

부활 1년, 현장 중심 체질 개선 현재 진행형

영흥도 낚싯배 전복…해경 구조 여건 '열악'

구조 환경 개선…중장기적 예산 지원 '필수'

【서울=뉴시스】 해양경찰. (제공 = 해경청)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해경이 부활 1년을 맞았다.

 해경 부활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해체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된 뒤 2년8개월여 만이었다. 1만3000여 해경의 숙원이던 '독립 외청'을 이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경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달라"며 "더 이상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바다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경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해경으로 거듭나겠다며 '재조해경(再造海警)' 5개년 계획을 수립, 바다안전 확보 등 5대 목표를 설정하고 79개 실천과제를 추진했다.

 해경은 지난 1년 간 현장 중심의 구조 역량을 높이고, 체질 개선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청장을 비롯한 본청 지휘부들이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따고,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창설하는 등 구조 인원을 늘리고, 대형 헬리콥터 등 장비도 일부 보강했다. 

 하지만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대응은 세월호 참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늑장 출동과 허술한 구조체계가 재연됐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긴급 출동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전문 인력은 부족했고, 장비도 열악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해경의 인력 부족과 장비 노후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구조 거점 파출소와 전용 계류장 확충 등 일부 보안책이 나왔지만, 해양 사고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 중심의 구조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조해경, 현장 중심 체질 개선 '씨앗'

 일반 경찰 출신 박경민 당시 인천경찰청장이 부활한 해경의 첫 사령탑을 맡았다. 그가 해경 부활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재조해경’. 해경을 다시 뜯어고친다는 뜻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일선 현장을 돌며 문제점을 개선하고, 조직 혁신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구조실패 책임을 지고 조직이 해체된 수모를 겪은 해경이 현장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정부도 해경에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바다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경이 완벽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재조해경 5개년 계획을 수립, ▲탄탄한 해경 ▲든든한 안전 ▲당당한 주권 ▲공정한 치안 ▲깨끗한 바다라는 5대 목표와 79개 실천과제를 추진했다.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전 직원이 스쿠버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수중구조 능력 강화에 힘썼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라며 "노력의 시작이 재조해경이고,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신뢰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해 믿음직한 해경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해경 구조 제원. 자료=해양경찰청

◇영흥도 낚싯배 사고…'인력 부족·장비 노후화' 실상 드러나

 해경 부활 첫 해 흥진호 나포와 영흥도 낚싯배 전복 등 해양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이 중 영흥도 낚싯배 전복 참사는 부활한 해경 입장에서 뼈아픈 사고였다. 늑장 출동과 허술한 구조체계는 '세월호 참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졌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12월3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9.77톤)와 급유선(336톤)이 충돌, 낚싯배가 전복됐다. 낚싯배에 타고 있던 22명 가운데 7명만 구조됐다.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경 영흥파출소의 구조보트가 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는데 36분이나 걸렸다. 전용 계류장이 없어 출항하는데 20분을 소요했고, 야간항법장치가 없어 불과 1.8km 떨어진 사고 현장까지 가는데 16분 걸렸다. 잠수대원이 없어 전복된 선체에 갇힌 승객들을 곧바로 구조할 수도 없었다.

 사고 현장에서 14.8㎞ 떨어진 경기 안산 제부도에 위치한 평택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발생 1시간8분이 지난 뒤였다. 같은 시각에 출동 명령을 받은 인천 해경부두에 위치한 인천구조대도 사고발생 1시간27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레이더가 달려 야간에도 항해할 수 있는 신형 보트는 고장 나 수리 중이었다. 다른 한 척은 레이더가 없어 야간 항해가 불가능했다. 인천구조대는 52km를 육로로 달려 영흥파출소에 도착했다. 이후 해경 선박이 없어 민간어선을 타고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이 사고로 해경의 열악한 구조 여건이 드러났다. 1시간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출동은 기본이다. 

 해경이 전용 계류장 마련을 위해 4년 간 예산을 요청했지만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예산 배정에 인색했던 기획재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꽂혔다.

 해경은 지난 2013년부터 해경 전용 계류장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 확보에 나섰지만, 제때 반영되지 못했다. 해경은 2013년 해경 전용 계류장 2곳을 짓기 위해 2억5000만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1억1000만원만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해체 후 국민안전처로 편입된 해경은 5억5000만원의 전용 계류장 마련 예산을 신청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후 ▲2015년 12억원 ▲2016년 12억원 ▲2017년 28억원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못했다. 올해 13곳에 전용 계류장을 마련할 예산 30억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19억5000만원만 배정 받았다.

 사고 이후 기재부가 부랴부랴 예산 지원에 나서면서 전국 해양파출소 95곳 가운데 전용 계류장을 가진 곳이 23곳에서 32곳으로 늘었다. 내년까지 전용계류시설 20개소를 확충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해경이 보유중인 항공자산 가운데 40%가 노후화돼 야간비행이 불가능하고, 4대 중 1대꼴로 비행시간보다 수리에 더 많은 시간이 들고 있다.
 
  해경은 현재 비행기 6대·헬기 18대의 항공자산을 운용 중이다. 비행기는 ▲CN-235 4대 ▲C-212 1대 ▲챌린저 1대, 헬기는 ▲카모프 8대 ▲팬더 5대 ▲AW-139 2대 ▲S-92 2대 ▲벨-412 1대를  운용하고 있다.
 
 전국 파출소 95개소 구조보트는 총 95척이다. ▲4~7톤급 구조보트 31척 ▲12-14톤급 구조정 33척 ▲18톤급 신형 연안구조정 31척이다. 오는 2020년까지 신형 연안구조정을 64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연안 구조정 10여 척을 제외하고, 노후화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 맞추라면서, 예산 지원 '찔끔'

 영흥도 낚싯배 사고 이후 해경은 잠수 능력을 갖춘 구조대원이 배치된 거점파출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전용 계류장 확충 및 교육·훈련 강화, 긴급 신고 전화 접수 기능을 전국 5개 지방해경청으로 통합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해경은 재출범 1주년인 지난 26일 '해양경찰 비전 선포식'을 개최해 존중, 정의, 소통, 공감을 4대 가치로 선정했다. 또 5대 핵심과제를 선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4대 가치를 중심으로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5대 핵심과제로 ▲국민이 만족하는 더 안전한 바다 ▲해양영토 수호 ▲국민의 바다, 맑고 깨끗하게 지키기 ▲해양 약자 보호·인권경찰 ▲공정하고 청렴한 해경을 선정했다.

 조현배 해경청장은 "비전과 가치는 청장으로서 해양경찰호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에 대한 핵심요소로서 우리의 결연한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다"며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언제나 국민을 중심에 두는 해경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해경의 올해 예산은 1조2718억원. 지난해보다 5.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수색구조 강화 예산은 지난해 131억5000만원에서 55억2000만원으로 58%나 줄었다. 연안 구조장비 예산도 198억4000만원에서 155억7000만원으로 21.5%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해경이 해상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예산과 인력, 장비 등을 지원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해경이 해양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해경의 구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등 책임 있는 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예산을 우선 배정하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해상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전문 구조 인력 충원과 최첨단 장비 활용이 필수"라며 "해경의 구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