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261명 해외출장 부당지원 소지"···권익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사등록 2018/07/26 10:30:00

국회의원 38명 등 22개 公기관 96명···피감기관 예산 지원

국방부 등 28개 公기관 165명···민간기관·단체 예산으로 출장

위반 소지 사례자·기관, 감독 기관 즉시 통보··수사의뢰, 징계

권익위, 해외출장 부당지원 근거되는 법령 및 기준 일제 정비

【서울=뉴시스】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7.12.12.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회의원 38명 등 총 261명의 공직자가 최근 1년 6개월 동안 피감기관 내지는 민관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와 함께 범정부점검단(이하 점검단)을 구성해 2016년 9월28일부터 올해 4월까지 벌였던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를 점검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점검 대상은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을 모두 적용받는 전국 1483개 공공기관이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기업에 해당하는 338개 기업, 17개 시·도 교육청, 48개 국립대, 243개 광역·기초지자체, 516개 지방공기업, 8개 공립대, 55개 중앙부처, 258개 기타공직유관단체가 점검 대상이었다.

 점검 결과 해외출장 지원 대상자 선정에 있어 객관적 기준, 선정 절차의 적정성 등이 불명확해 청탁금지법에서 예외로 해외출장을 허용하는 공식적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법령에 근거 없이 피감·산하기관이 감사·감독 기관 공직자의 해외출장을 부적절하게 지원한 사례는 22개 기관에서 51건으로 조사됐다. 부적절한 지원을 받은 공직자는 96명으로 확인됐다.

 공직자의 소속기관별로는 국회의원 38명, 보좌진·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 상급기관 공직자 11명이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다만 점검단은 해당 인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단순한 '기관 방문, 현지조사'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피감기관들이 이들을 지원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는 게 점검단의 판단이다.

 행사 목적상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 돼 특정인 선정이 불가피한 경우 등 합리적인 기준으로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면 청탁금지법에서 허용하는 '공식적인 행사'로 인정될 수 있지만 이들은 해당 예외 허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점검단은 보고 있다.
 
 또 공직자가 밀접한 직무관련이 있는 민간 기관·단체 등으로부터 부당한 출장지원을 받은 소지가 있는 사례는 총 28개 공공기관에서 86건, 지원받은 공직자는 165명으로 조사됐다.

 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중앙부처 2곳, 광진구·서대문구 등 지자체 및 교육청 15곳,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 8곳, 대구테크노파크 지방공기업 1곳,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기타 공직 유관단체 2곳 등 총 28개 기관이 직무연관성이 있는 민간 단체 등으로부터 부당 지원을 받은 소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로 지도·감독,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민간기관·단체 등으로부터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해외출장 예산 지원을 받아왔다. 특히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계약행위 등을 앞세워 해외출장 예산 지원의 근거로 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점검단은 부당지원 소지가 있는 사례를 감독기관 및 소속기관에 즉시 통보키로 했다. 통보를 받은 감독기관 및 소속기관은 관계자 소명 청취 등의 추가 확인·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 등의 제재 조치를 밟을 예정이다.

 권익위는 이와는 별도로 부당지원 사례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해외출장 예산 지원 위반 사례를 유형화 해 권익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청탁금지법 매뉴얼에 반영키로 했다.

 또 감사·감독 기관과 피감·산하 기관 관계에서처럼 직무 관련이 있는 공직자에 대한 해외출장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유도 엄격히 적용하는 등 청탁금지법 해석 기준을 9월까지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림픽·월드컵·세계선수권·세계비엔날레·국책사업 수주 등 국익을 위해 해외출장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법령·기준에 지원근거를 마련토록 한다는 게 권익위의 방침이다.

 또 권익위는 해외출장 부당지원을 유발하는 법령과 기준을 일제히 정비할 예정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 만들어진 법령에 따른 해외출장 지원의 경우는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반영해 보완·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단순 협력사업, 외유성 프로그램, 선진국 시찰 등 명목의 해외출장은 제한키로 했다.

 향후 용역·위탁사업·물품 구매 등 각종 계약과 관련해 현지 조사 등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기관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도록 할 예정이다.

 조사·검수 과정에서 해외 현지 확인이 필요해 직무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출장비를 지원받을 경우 실무자 외 간부급 직원의 동행을 금지하고, 직접 지원이 아닌 기관 대 기관의 지원을 통해 지원을 받는 기관의 자체 여비 지급 기준 범위 내에서만 이뤄지도록 투명화 한다는 게 권익위의 구상이다.  

 이번 점검은 피감·산하 기관 등의 부적절한 해외출장 비용 지원 관행을 개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졌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이 실태 점검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청와대가 김기식 전 금감원장 논란을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등 4가지 사항의 적법성 여부를 공개질의 했고,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

 이에 피감기관의 예산 지원으로 이뤄진 해외출장 사례를 전수조사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6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공직자의 위법성 해외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권익위를 중심으로 한 점검단이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점검단은 피감·산하 기관 등이 감사·감독 기관 공직자에게 예산으로 지원하거나 공직자가 민간기관·단체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해외출장 지원실태 전반을 점검했다. 조사는 대상기관으로부터 서면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다만 부패행위 신고에 따른 조사가 아니라 해외출장 비용 제공자와 수령자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명확한 위법성 판단에 한계가 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이번 제도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무리해 일선 행정현장에 안착시킴으로써 더 이상 피감·산하 기관 등의 부당한 해외출장 지원으로 인한 논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나아가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청렴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kyustar@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