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종전선언은 미국이 우리를 보통국가로서 인정하는 최선의 방법"
16일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도 종전선언 논의 원해
재외공관에는 종전선언 실현 위한 여론형성 지시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북한이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간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요청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복수의 북미 관계소식통을 인용,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당시 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북한의 비핵화 선결조건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종전선언은 미국이 우리를 보통국가로서 인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제의를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북한은 지난 6·12북미정상회담에서는 종전선언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북미교섭이 정체하는 가운데 방침을 전환했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체제보장 및 한미동맹 약화를 노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종전선언으로 한국전쟁이 종결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강경책을 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보장으로 이어지며, 향후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한미동맹의 약화도 노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 "북미대화의 의제를 늘려 비핵화 교섭을 방해하려는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근거로, 유엔 사령부 해체 및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에 이어 지난 16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미군 유해송환을 위한 북미간 장성급 협의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최근 해외에 있는 대사 등 재외공관에 국교를 맺고 있는 관계국을 중심으로 종전선언 실현을 위한 여론 형성에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사히는 미국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동시진행하는 방향으로 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문은 종전선언이 실현될 경우 비핵화 교섭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게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재촉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인데, 이 카드를 내줄 경우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 가을 중간선거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이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또 한국은 연내에 종전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기회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