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트럼프 눈치보기?…러시아의 말레이시아항공기 격추 '침묵'

기사등록 2018/07/19 14:59:06

희생자 아버지, 트럼프에 "러시아 개입 명백" 공개 비난

【헬싱키=AP/뉴시스】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두 정상 모두 관계개선 의지를 밝혔다. 2018.07.16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미국 국무부가 친러시아적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기념일(7월17일)에 매년 내던 러시아 비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미·러 정상회담 후폭풍으로 국무부가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 관련 러시아를 비난하는 성명을 취소했다고 18일(현지시간)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2014년 7월 17일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를 격추시켜 298명의 승객 및 승무원 모두가 사망한 사건 이후 매년 이를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해 왔다.

FP에 따르면, 당초 담당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긴 성명 초안을 준비했지만 이는 발표되지 않았으며 국무부는 미발표 사유를 함구했다.

FP는 한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 17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성명 요약본이 올라왔지만 금방 내려졌다고 전했다.

FP가 입수한 초안 사본에는 "MH17이 격추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세계는 여전히 러시아의 인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이제는 러시아가 (격추를 인정하지 않는) 허위 정보 유포를 중단해야 할 때"라며 "격추에 대한 책임자들을 찾아내고 엄벌에 처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국무부의 침묵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러시아가 격추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FP의 질의에 유출된 문서(성명 초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MH17 참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지난 15일 러시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캐나다, 영국 외무부는 즉시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미국은 FP의 문제 제기 후 18일에야 게시했다고 FP는 전했다.

한편 격추 사건으로 세 아이를 잃은 호주인 아버지 앤서니 매슬린은 1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올리기도 했다.

매슬린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가짜 뉴스'라는 말을 만들고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있지만 가짜가 아닌 것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며 "명백한 사실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MH17 여객기는 하늘 위에서 공격당했고 298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매슬린은 또 "이 여객기가 러시아제 미사일에 공격당했다는 것도 증명된 명백한 사실"이라며 "당신이 아첨을 떤 사람(푸틴)이 이 일을 저질렀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당신 두 사람(트럼프, 푸틴)에게 느끼는 감정은 화를 넘어 그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라며 "당신들은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도 없고 사랑이 뭔지도 모른다"고 악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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