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기자 "일부 관리들 조차 기자회견 보다가 TV 꺼버려"
CNN의 뉴스 앵커 앤더슨 쿠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혹평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러시아 지도자와 가진 정상회담들 가운데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쿠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문제를 계속 거론한 것에 대해 영화 '레인 맨'의 자폐증에 걸린 주인공의 행동과 비슷한 것이라며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에게 있어 이번 기자회견은 '가짜 뉴스'를 쏟아낸다고 불평해온 언론들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또한번 되풀이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에 대한 불만으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의 CNN 인터뷰를 취소시켜버리기도 했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AP 통신의 백악관 출입기자 조너선 르마이어는 대통령에게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정보 관계자들의 의견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르마이어는 또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비난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이냐, 푸틴에게 대통령의 범법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했는지 묻겠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보 관계자들을 믿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고 답한 뒤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한 조사가 미국에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정보 당국이 트럼프의 약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말하면서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개인적으로 바랬다"고 말했다.
ABC의 진행자인 조지 스테파노풀로스는 "기자회견을 뭐라고 표현할지 할 말을 찾기 어렵다"면서 "오늘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비록 올바른 이유에서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했다. NBC의 헤일리 잭슨 기자 역시 "(기자회견을 설명할)정당한 말을 찾는다는 것이 터무니없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대통령을 취재해 왔지만 이런 기자회견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CBS의 마거릿 브레넌 기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몇몇 미 관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들은 '(더이상 볼 수 없어)TV를 껐다'라고 말했다. 복부를 강타당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 정가에서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비난 일색이었다.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트위터에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의 편을 들면서도 조국인 미국의 편을 들기를 거부했다. 미국을 사랑한다면 이러한 대통령의 행동에 저항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위엄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미국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히 지지자 중 한 명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한 자신의말에 대해 해명해야만 한다. 이는 대통령의 가장 심각한 잘못으로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내가 기억하는 한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대통령에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설 능력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트럼프는 폭군을 옹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인 공화당의 밥 코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은 호락호락한 상대로 여겨지게 됐다. 오늘 회견은 미국에 좋은 점은 하나도 없고 푸틴에게만 좋은 것이 됐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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