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도심규제 세계적 추세
국내 운행제한보다 과태료·패널티
세계 주요도시, 도심진입 금지 강조
정부와 지자체도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환경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미세먼지 해결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등 공동전선을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경유차 규제 방식과 강도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간의 효율적인 공조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유차 운행제한 어떻게?
8일 서울시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노후경유차운행제한제도'(Low Emission Zone·LEZ) 는 수도권지역에 운행하는 수도권(대기관리권역)내 저공해 조치명령 미이행 차량과 종합검사 불합격 차량을 대상으로 수도권내 운행을 제한한다. 적발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제도는 3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는 2017년 서울 전역, 2단계는 2018년 경기도 17개시(서울인근), 인천(옹진군 제외), 3단계는 2020년까지 경기도 28개시(3개군 제외)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 크기가 총중량 2.5t 미만이거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한 경우와 저공해 엔진(LPG)으로 개조한 차량 등은 운행제한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저공해 조치와 폐차 비용 등에 보조금이 지원된다. 노후 경유차량 소유자들이 수도권 운행제한에 따른 부담을 사실상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서울시 공해차량 제한지역 및 운행제한 조례'와 별도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서울형 공해차량 운행제한고시'를 제정해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 2005년 12월 이전에 등록된 모든 경유차량이 대상이다. 위반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2.5t 미만, 장애인, 수도권 외 차량은 2019년 2월까지 유예하고 저공해 조치차량은 제외됐다.
환경부는 지난 4월25일부터 모든 차량을 대기오염 배출량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하도록 '자동차배출가스등급산정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개정 전의 등급산정 규정에서는 배출가스 기준치 대비 측정치를 바탕으로 등급을 산정함에 따라 차량별 배출량의 절대적 차이가 반영될 수 없었다.
개정된 규정에서는 등급산정에 연식과 유종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절대적 차이가 반영됐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1등급, 하이브리드차는 1~3등급, 휘발유·가스차는 1~5등급, 경유차는 3~5등급을 부여받는다.
등급산정 규정이 곧바로 운행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에서 도심 미세먼지를 관리하기 위해 교통수요를 통제할 경우 이 규정이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친환경 5등급제도에 대한 라벨링 제도, 관련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도가 구축되면 '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상의 '녹색교통진흥지역'에 해당하는 중구·종로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 경유차 도심규제 강화
프랑스 파리의 경우 통행하는 모든 차량(해외차량 포함)은 배출가스 등급라벨제도(Crit’Air)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프랑스 자동차 등록대수의 6%를 차지하는 1997~2000년 등록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를 5등급으로 구분해 파리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움벨트존(Umweltzone·저배출지역)은 도심지역에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의 진입을 통제하는 제도다. 2008년부터 베를린·쾰른·하노버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올해 2월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대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 규제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대기오염도가 심한 날에는 디젤차의 운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정 도시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함부르크가 일부 구간에 한해 디젤차의 주행 금지 계획을 밝혔다.
2016년 취임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5년간 총 8억7500만 파운드(약 1조2528억원)를 대기질 개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2003년 도입한 기존 혼합통행료에 추가해 유로 기준을 활용한 배출가스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성요금(Toxicity Charge·일명 T-Charge)제도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 제도는 유럽연합 유해가스 배출기준(유로4)을 충족하지 못한 차량이 런던 중심지역에 진입할 때 혼잡통행료(11.5파운드)와 별도로 10파운드를 부과해 총 21.5파운드(약 3만1000원)를 내도록 하고 있다.
독성요금제도는 2019년 4월 시행될 예정인 초저배출구역(Ultra Low Emission Zone)의 준비단계의 성격을 가진다. 초저배출구역제도는 2019년을 기준으로 휘발유는 13년 이상, 디젤차는 4년 이상된 자동차와 밴에 대해 유로4(휘발유차), 유로6(디젤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초저배출구역에 진입하면 혼잡통행료(11.5파운드)이외에 배출가스 과징금 12.5파운드를 더해 총 24파운드(약 3만4000원)을 내도록 한다.
기준에 미달하는 버스나 대형트럭은 혼합통행료에 과징금 100파운드(약 14만3000원)를 더 부과한다. 초저배출구역제도는 2021년 시외곽지역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1960~1970년대 동경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후 다양한 대기오염 정책이 시행됐다. 경유차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1999년 동경도지사에 당선된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의 '디젤차 노(NO)작전'으로 본격화됐다. 당시 디젤차는 동경도내 차량의 20%에 불과했지만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70%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12월 동경도는 환경확보조례를 제정해 자동차 입자상 물질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다. 관동지역 자치단체(가나가와현·효고현·사이타마현)에서도 유사 조례를 제정해 광역적 규제가 실시됐다. 2002년 동경도 환경국은 '위반 디젤차 일소작전'을 발표하고 디젤차 감시를 담당하는 '자동차 G맨'을 임명, 20대 이상의 자동차를 사용하는 회사 도내 4000곳을 방문해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점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동경도는 2003년 10월 조례를 제정해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디젤차의 동경 주행을 금지하고 위반시 5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육안으로 동경에서 후지산이 보이는 날이 1971년 32일, 2003년 74일, 2016년 111일로 늘어나고 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경유차 도심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대기질 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효율적인 공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