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박병대 PC 디가우징, 경위 파악"
"하드디스크 원본 및 이에 준하는 자료 필요"
공용 휴대전화 및 관용차 운행 일지도 미제출
대법원 "퇴임 후 통상적 절차에 따른 것" 해명
검찰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법원의 자체 조사를 통해 범죄 단서가 포착된 사건으로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부분이 많다"라며 "대법원 판례상 증거능력이 요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요청한 자료는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 (대법원이) 추가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닌 걸로 안다"라며 "핵심 증거 확보방안은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라고 전했다. 임의 제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하드디스크 원본과 그에 준하는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파일 원본 파일을 제출한 것을 두고는 "해당 문건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 추출된 걸로 나온다"라며 "그 이후 추가로 불거진 재판 거래 의혹 관련 부분은 염두에 두지 않은 임의어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만약 그렇게 추출된 걸 가지고 검찰이 국민이 큰 의혹을 갖는 사건을 사실무근이라고 하면 누구도 그 결론을 수긍할 수 없기 때문에 광범위한 자료가 필요하다"라며 "어떤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서 객관적인 증거를 많이 확보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증거능력과 관련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지난 2015년 7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 등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관련 전자정보 수집증거를 유죄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 경우 김씨를 작성자로 봐야할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조사단은 법관으로서 역할을 한 것도, 수사기관의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례에 맞게 (조사를) 진행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자료를 전달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등 주요 인사 컴퓨터가 이미 지난해 10월 디가우징(Degaussing·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를 복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된 사실을 전달해왔다고도 알렸다. 이는 증거인멸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으로 검찰은 향후 이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관련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자료 일부를 넘겼다.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파일 원본과 이를 추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포렌식 자료 등 A4 3~4박스 분량이다.
다만 하드디스크, 공용폰 및 공용이메일 기록, 법인카드 내역, 관용차 운행일지 등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무관하거나 공무상 비밀 파일이 다수 포함됐다는 게 이유다. 법원행정처는 자료를 넘기면서 "검찰의 수사자료 협조요청에 대해 요구자료의 존재 여부 등을 포함해 제출 여부 및 이유를 기재해 답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퇴임으로 관련 규정(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및 재산관리관 및 물품관리관 등의 지정에 관한 규칙)과 통상적인 업무처리 절차에 따라 디가우징 등 처리 후 보관하고 있다"라며 "하드디스크의 임의제출 가능성은 열려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수사를 위해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요청 대상에는 관련자 컴퓨터 하드디스크, 법관 사용 이메일 및 메신저 프로그램 내용,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관용차량 이용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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