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음악 정수 재현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세종조회례연

기사등록 2018/05/24 09:39:41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세종대왕(1397~1450) 즉위 600주년을 기념해 585년 전 '세종실록'에 기록된 회례연이 무대예술이 됐다. 국립국악원이 27일까지 서초동 예악당에서 기획공연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세종조회례연'을 펼친다.

1433년(세종 15) 정월 초하루에 거행된 회례연(會禮宴)을 고증, 제작했다. 회례연은 정월과 동짓날 문무백관이 모두 참여하는 잔치로 요즘의 시무·종무식 같은 것이다.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궁중음악의 맥을 이어온 국립국악원이 대규모 궁중예술을 망라해 선보이는 무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08년 국립국악원 송년공연으로 초연한 뒤 2010년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였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연한 지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424년(세종 6) 세종대왕은 음률가 박연(1378~1458)에게 악학별좌(樂學別座)라는 벼슬을 제수했다. 조선 예악의 정리와 악보 발간, 율관 제작, 악기 정비 등을 주문했다. 박연은 1433년 회례연 자리에서 그간의 음악적 성과를 발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내용이 중심이 됐다. 왕에게 총 아홉 번 술잔을 올리는 9작의 의례를 무대 공연에 적합하게 5작으로 축소했다. 세종대왕과 박연을 비롯해 실존인물들을 무대로 불러내 경연(經筵) 내용을 극적으로 재구성했다.

국립국악원은 "중국을 벗어난 우리 고유 음률의 기준 설정과 제작 원리, 예(禮)에 맞는 악(樂)의 정비 등에 관한 내용을 세종대왕과 신하들의 대화 등으로 풀어낸다"면서 "세종대왕이 품은 문화적 자주성과 궁중의례가 담고 있는 상징과 은유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 창작악단과 객원 출연진 등 180명이 나온다. 당시 400여명의 악사와 무용수가 출연한 세종조회례연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재현하기 위해 음악과 무용, 연주 복식 등을 고증했다.

당시 세종조회례연 음악에 쓰인 아악(雅樂), 당악(唐樂), 향악(鄕樂) 등 모든 계통의 음악을 101명의 연주자가 들려준다. 아악은 조선시대 궁중음악 중 제례음악, 당악은 통일신라 이후 고려시대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음악, 향악은 삼국시대 이후 조선시대까지 사용된 한국 고유의 궁중음악이다.

제례에서 춘 일무(佾舞)와 연례에서 춘 정재(呈才) 모두 회례연 무대에 오른다. 일무로는 임금의 문공을 기리는 문무(文舞)와 무공을 기리는 무무(武舞)를 선보인다. 정재로는 금척무와 오양선, 아박, 무고무 등을 무용수 71명의 춤사위로 펼쳐낸다.

당대 연주 복식도 재현한다. 세종대왕의 어좌(御座)가 객석에 위치해 관객들은 왕의 시점으로 공연을 함께한다. 세종대왕 역은 배우 강신일(58)이 맡는다.

남동훈 연출은 "진정한 문화국가의 이상을 펼치려 했던 세종대왕의 문화적 유산을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며 "특히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지금, 세종이 남긴 '애민'과 '여민', '소통'과 '상생' 그리고 '우리의 기준'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립국악원은 공연 기간 예악당 로비에 2009년 복원·제작한 '세종조편경'을 전시한다. 10월 11~14일 한글 창제의 원리를 소리극으로 풀어낸 ‘까막눈의 왕-세종어제훈민정음' 공연도 선보인다. 02-580-3300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