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장 폐기 南 참관 무산…국면 경색 영향

기사등록 2018/05/22 15:09:25
【베이징=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윌 리플리 CNN 기자가 풍계리 핵시설 폐쇄 행사 취재를 위해 22일 북한 원산으로 가는 고려항공을 탑승하기위해 베이징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18.05.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참관 기자단에 남측 언론이 배제됐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식 일정을 공개하며 "장소가 협소한 점을 고려해 국제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판문점 채널을 통해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에서 각 4명의 기자를 초청하겠다고 통지했다.

 그러나 북한은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남측 취재단의 명단 접수를 거부한 데 이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의 비자 발급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22일 오전 북한 고려항공은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단만 태우고 원산 갈마공항으로 떠났다. 지난 21일부터 베이징에서 대기하던 남측 취재단은 오는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남북 관계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이후 급속도로 개선되는 듯했으나 이행 논의 착수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풍계리 취재뿐만 아니라 민관 모든 접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남북은 지난 16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정상회담 이후 첫 번째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맥스 선더' 한미연합공중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간담회를 맹비난하며 돌연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그리고 판문점선언에 6·15공동선언 18주년 기념을 위한 공동행사를 추진하기로 명시한 데 따라 6·15남·북·해외 위원회 관계자들이 오는 23일 평양에서 위원장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이 가시화됐으나, 북한 측에서 막판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아 무산됐다.

 여기에다가 북한은 적십자 중앙위원회를 통해 2016년 4월에 입국한 중국 북한식당 집단탈북 여종업원의 송환까지 요구하는 등 대결 국면에서 보였던 모습까지 되풀이하고 있다.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역할을 맡고 있는 리 위원장 또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맥스 선더'와 태 공사의 대북 비난을 남측 당국이 '묵인·비호'했다고 주장하며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후 북남관계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남측 취재단의 핵실험장 폐기식 취재를 위한 방북이 무산된 직후 조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판문점선언'의 취지를 강조하며 북측이 핵실험장 폐기식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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