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웬 고양이?…대냥이 향한 테러 자주 발생
"타이레놀 먹였다" "자경단 만들어 다 없애버리겠다"
며칠 전에도 다리 심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 발견
학교 측에선 예산 등 문제로 급식소 설치에 부정적
그래도 호응하고 응원하는 학생들 적지 않아 힘내
"모든 동물권 위해 활동하는 동아리로 성장했으면"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0일, 축제를 맞은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저마다 부스를 차려놓고 동아리 홍보활동을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부스가 있었다. 학생들은 머리에 고양이 귀 모양의 머리띠를 쓰고, 테이블에는 ‘고양이 사료 3000원’이라는 팻말을 달아놨다. 고양이 분장을 한 채 사료를 판매하던 학생들은 대냥이(대학 캠퍼스 안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모인 동아리 '수선관고양이' 회원들이었다.
대냥이들의 '동물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수선관고양이는 굶기 일쑤인 대냥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게 주된 임무다. 회원들은 캠퍼스 안에 밥그릇 설치하기 등 길고양이들의 '복지'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고민한다. 동아리 산하에 있는 '꼬밥'(꼬박꼬박 밥 주는 사람들)팀은 매일 한 번씩 캠퍼스를 돌며 사료를 주고 대냥이들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건강이 안 좋아 보이거나 몸에 상처가 있는 고양이들을 위해 임시보호소를 찾아주기도 한다.
회원들은 순수한 뜻으로 모였지만 동아리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대냥이를 향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정현화(24) 수선관고양이 회장은 "가끔 문자메시지로 '학생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캠퍼스에 왜 길고양이를 끌어들이느냐'며 불만을 얘기하거나 학교 측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모두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냥이를 향한 테러도 자주 발생한다. 이푸른(24) 부회장은 "대학 커뮤니티에 '길고양이한테 타이레놀을 먹였다'는 글이나 '고양이 자경단을 만들어 고양이를 다 없애버리겠다'는 글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며칠 전에는 수풀 안쪽에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오른쪽 앞다리와 뒷다리가 심하게 훼손되고 배가 하늘을 향해 발랑 뒤집어진 채 죽어있었다"며 "아직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훼손 형태를 봤을 때 사람으로부터 혐오테러를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호중 성균관대학교 학생지원과장은 "대냥이를 위한 활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현실적으로 동물권까지 챙겨줄 여력은 안 된다"며 "학생들을 위한 예산도 줄어든 마당에 대냥이들 급식소를 설치해줄 예산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축제날 수선관고양이 부스엔 호기심 어린 표정의 학생들이 계속 찾아왔다. 고양이가 그려진 양말, 사료, 메모지 등 회원들이 직접 디자인한 굿즈들을 볼 땐 "귀엽다"고 하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정 회장은 그런 반응에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수선관고양이가 대냥이를 넘어 모든 동물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동아리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정 회장이지만 포부를 밝힐 땐 얼굴에 금세 밝은 미소가 번졌다.
mink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