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판문점선언' 의미 강조
中, 美 의식한 동북아 지역 주도권 확보 주력
日, 납치문제 韓中 이해 구하는데 그쳐
그동안 동북아는 미·중 패권 경쟁의 가속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한국의 탄핵 정국과 정권 교체, 일본의 보수 우경화 등의 요인들이 얼키고 설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미묘한 정세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정세 변화가 3국간의 갈등을 키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럴수록 갈등 해소와 협력의 필요성이 부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3국 정상회의의 의제와 논의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세 나라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엇보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되고 있는 한반도 해빙 무드를 살려갈 추진력을 얻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 개선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단히 중요하다"며 "3국 정상회의 특별성명 채택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해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을 의식한 동북아 지역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염두해둔 발언을 회의 모두발언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계속 강조했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한중일) 협력을 통해 관련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고 보호무역주의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나아가 북·일간의 대화도 촉구함으로써 이 지역의 긴장완화와 지역 협력체계 구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3국 중 가장 존재감이 약해 보인 쪽은 주최국 일본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듯 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놓고 한국과 중국의 협조를 부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는 CVID(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고 계속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은 의장국이면서도 막상 스스로 주도할만한 의제를 설정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도 한국과 중국의 이해를 구하는 입장에서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잇달은 정치 스캔들로 약해진 정치적 리더십을 외교무대에서 만회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구체적 현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정례회담을 정상화하는 상징적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날 회의를 계기로 3국간 정상회의가 복원되고 대화의 토대가 마련됐지만 앞으로 구체적 현안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3국간의 입장 차이가 더욱 드러날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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