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1250억 중 지급액 35억…文대통령 약속과 달라"
환경부 "특별구제금 지급은 민간 중심 위원회가 결정"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정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자들을 위해 가해기업들로부터 걷은 피해구제기금의 지급률이 3%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피해구제법에 따라 가해기업 18개사로부터 특별구제계정 기금 1250억원을 징수했다.
특별구제계정은 질병과 가습기 살균제 간 연관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생활자금 등 지원금액은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한 구제급여 대상자와 같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을 신청한 6013명 가운데 5341명(폐질환피해 3995명, 태아피해 51명, 천식피해 1295명)이 관련 질병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부 지원금인 구제급여 대상자는 8.8% 수준인 470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나머지 4871명이 피해구제법에 따른 특별구제계정 대상이 되는데, 지난달까지 지급된 지원금은 2.8%인 35억원이다. 폐질환 3~4단계 피해자 등 123명이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8월 법이 시행된 지 10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난 동안 지급률이 3%에도 못 미치는 데 대해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지난 3일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현안점검 회의'에서 환경부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았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피해 신고자가 6000명이 넘고 사망자가 1300명을 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제대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와 전혀 다른 결과"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과하고 약속한 뜻에 걸맞게 환경부가 전향적인 피해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소아와 성인 간질성 폐질환과 독성간염 등 현재 검토되고 있는 관련성질환 대부분을 인정질환으로 받아들이고 구제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기업으로부터 걷은 구제계정 기금을 속히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특별구제계정 기금 지급 결정 여부는 대부분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구제계정운영위원회'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위원회 측에 조속한 기금 집행을 요청했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제계정운영위원회 위원 16명 중 1명을 제외한 15명이 의사, 독성 화학물질 전문가, 변호사 등 민간위원"이라며 "특별구제계정 기금은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합리적인 기준 등을 검토해 의견을 올리면 위원회에서 지급 여부를 최종 전적으로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는 구제급여는 향후 가해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돼 있어 인정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향후 임상적 근거 등이 보완돼 구제급여를 받기 전까진 특별구제계정 기금을 통해 우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선 정부도 사회적 참사 특조위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정부의 피해자 판정 기준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보고를 통해 "정부는 2011년 8월31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초 인지 이후 현재까지 약 7년간 폐 손상, 태아피해, 천식 피해 등 3가지 질환밖에 인정되지 않고 이마저도 판정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협소하다"고 했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