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中 왕따 되나"…南·北·美 대화에 '차이나 패싱' 우려심화

기사등록 2018/04/25 17:33:43

"중국 영향권에서 북한 벗어날까 노심초사"

"북한의 주한미군 허용은 中 견제용" 주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잇달아 갖는 등 국제 외교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남북한과 미국 등 3개국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중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NN방송은 25일(현지시간) ‘중국이 왕따 당할까?(Could China be odd man out?)’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국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김 위원장이 중국 영향권을 벗어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을 국제무대의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은 그러나 막상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경우 북한과 중국 간 관계는 멀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칭화대학 부설 칭화·카네기 국제정책센터의 자오퉁(趙通)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전략 그룹에서는 미국이 핵 능력을 갖춘 북한을 동맹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극단적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우호적인 국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오 연구원은 중국 측의 이러한 우려는 미중 간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연 한반도포럼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남북한 및 미국이 중앙무대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 속에 중국이 빠져 있다. 중국의 가장 큰 우려는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의 최고 우방이다. 중국은 지난 한국전쟁 때 북한을 돕기 위해 참전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군 13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북한과 중국은 피로 맺어진 혈맹의 관계인 것이다.

 중국은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미국과 군사적, 경제적 대치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중간 완충지대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아우 노릇을 하는 데 대해 늘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북한이 주체사상을 기조로 중국과 러시아 간 등거리 외교를 한 이유도 바로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정치적으로는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무장하고, 군사적으로는 핵무기를 갖춘 독립적 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미국 간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한 가운데서 버퍼 역할을 하던 북한이 독자적인 힘을 갖추면서 동북아 세력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대북 제재 공조에 나서면서 북중 관계는 더욱 틀어지기 시작했다.

 CNN방송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혹은 의도치 않은 충돌의 발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동북아의 정세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오는 “중국은 항상 북한과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다. 중국은 핵 문제를 제외하고는 북한과 어떤 문제에서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해야 했다. 중국은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해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 등 핵심 친중파 인사들을 숙청했음을 지적했다. CNN은 이후 북중 관계가 겨우 대화의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급속히 냉각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마주앉을 정상회담장 내부가 25일 공개됐다. 다음은 남북정상회담장 평화의집 2층 회담자 내부. 618tue@newsis.com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중국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집권 7년 만의 첫 외국 나들이였다. 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의 조언과 축하를 구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을 성대하게 환대했다. 중국이 북한 편에 서 있으며, 한반도 문제에서 핵심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등 북한의 새로운 정책 노선을 밝혔다.

 북한의 이런 발표가 나온 직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만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대한의 대북 제재를 가하려 한다면 이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중국과 한국도 이런 접근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보다 심각한 혼란을 불러 올 것” 이라는 논평을 실었다.

 환구시보는 이어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해야 한다. 특정한 거래를 재개함으로써 북한을 격려해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핵무기를 포기함으로써 북한의 안전을 확보하루 수 있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알려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전까지는 어떠한 양보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처를 취하기 전까지는 최대한의 대북 제재를 계속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북한이  남북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멈추고 공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히려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베넷은 “김정은에게 가장 큰 걱정 거리는 중국일지도 모른다. 북중관계는 소련이 존재했던 과거와 매우 다르다. 주한미군이 있음으로써 중국이 남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