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미일정상회담 사실상 '빈 손'…"납북자 거론" 약속만

기사등록 2018/04/19 11:42:29 최종수정 2018/04/19 14:15:02
【팜비치(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호화리조트 마라라고에서 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8.4.18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재팬패싱' 우려 불식과 정치적 위기 모면을 위해 급하게 미국 방문길에 오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오히려 혹만 붙이게 됐다.   

 아베 총리는 '재팬패싱'우려 불식이라는 안보문제, 그리고 미일 무역문제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의 개인별장 마라라고 리조트로 향했으나, 사실상 두 가지 숙제 다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한 것 외에는 아베 총리는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건지지 못했다. 오히려 무역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이 꺼리는 미일 양국간 무역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 마련에 합의했다. 미국의 수입 철강 고율 관세 대상국 제외 요청도 사실상 거절당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정상과 라이트 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톱으로 하는 미일간 통상문제, 즉 양국간 무역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 창설에 합의했다.

 최근 트럼프는 TPP복귀 가능성을 언급해 일본은 사뭇 이에 기대를 걸었던 분위기지만,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은꼴이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첫날인 17일에는 북한 문제를 이튿날인 18일에는 무역문제를 중점 논의됐다. 첫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오는 5월말~6월초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 문제도 거론되게 되는 형식으로 아베 총리는 한반도 문제에 겨우 숟가락은 얹게 된 셈이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18.4.19

 
 그러나 이렇게 아베 총리를 다독인 트럼프는 회담 이틀째 미일 통상문제에서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트럼프는 18일 회담 전 워킹런치 자리에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크다"면서 "그것(적자)을 제거하고 가능한 가까운 미래에 균등하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즉 TPP에 복귀할 것을 은근히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미일 무역에서 "상호 이익"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양국간 FTA를 바란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미일 FTA요청을 경계한 일본은 미국에 TPP복귀를 촉구할 방침이었으나, 트럼프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및 한국은 미국의 TPP 복귀를 바라겠지만 미국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복귀 가능성을 부인했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아사히는 아베 총리가 회담에 앞서 '기선을 제압당한 꼴'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해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일 무역에서 큰 적자를 안고 있다"며 당분간 일본에 대한 철강 고율 관세를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나타냈다.

 아사히는 북한이 중심 의제가 된 첫날 회담에 대해서도 일본측의 성과는 크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아베 총리와의 오찬장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북미대화를 위해 최근 북한을 극비 방북해 김정은을 만나 회담한 것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아사히는 대북 강경 일변도를 주장해온 아베 총리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지만, 자국(일본)의 납치문제를 타국(미국)에 맡겨서야 해결이 되겠냐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한반도 문제에서 숟가락만 겨우 얹게 된 아베 총리로서는 향후 대북 정책의 방향성을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이라는 사학스캔들 재점화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 과시를 통한 반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이번 아베의 외유는 오히려 '내우외환'을 심화시켰다고 아사히시는 분석했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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