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유정(52)씨가 지난 4일 서울 명동 CGV 시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은행나무, CGV와 함께 영화 '7년의 밤' 개봉을 계기로 원작자인 작가 정유정씨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7년의 밤' 상영을 시작으로 정씨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와의만남, 작가 사인회 순으로 진행됐다.
2011년 출간된 '7년의 밤'은 누적 판매부수 50만권을 넘어서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2012년 1000관객을 모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이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 '7년의 밤'은 한 순간 우발적인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이레)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정씨는 "소설에서 오영제는 최현수를 괴롭히는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며 "자신이 완성한 세계를 최현수가 망가뜨렸다는 분노 때문에 똑같은 방법으로 갚아주겠다며 복수를 감행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악인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오영제에게 나름의 사연을 부여하며 각기 다르게 표출된 두 사람의 부성애에 초점을 맞췄다"고 봤다.
정씨는 "소설 내용을 잊어버릴 정도로 추 감독의 영화적 해석이 멋있었다"며 "소설의 핵심 부분을 스크린에서 잘 살렸다. 장동건, 류승룡의 연기도 강렬했고 인상 깊었다"고 칭찬했다.
정 작가는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내 심장을 쏴라' '28' 등을 발표, 특유의 흡입력 있는 간결한 문체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을 보여주며 마니아 독자층을 확보했다.
정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는 2014년 개봉된 바 있다.
"'내 심장을 쏴라'는 힘들었던 나의 청춘에 대한 은유이자 요즘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처음 영화화가 결정됐을 때 굉장히 기뻤다. 내가 쓴 허구의 세계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는 그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라며 "좀 더 여유가 생겼고,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굉장히 즐기면서 봤다. 추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정유정 작 또 다른 베스트셀러 '종의 기원'도 영화로 나온다. "감독이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상황인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주인공 유진과 주변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묻는 소설이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저스툰에서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항상 지상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하늘 높이 올라가서 고상하면 인간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른다.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여기 어떤 문제가 있다'며 깃발을 꽂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어떤 문제 지점을 가르키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소설도 준비하고 있다. 판타지 장르로 침팬지 사육사가 주인공이다. "등단 이후에는 여성 주인공을 한 번도 안 썼는데, 여성 주인공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어렵거나 무겁지 않아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최대한 경쾌하고 관능적으로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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