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31년된 전자제품 단지…공실률 23%로 쇠퇴
서울시, 2022년 'Y-밸리'로 도시재생…200억 투입
5개大 '현장캠퍼스'서 교육·창업 프로그램 진행
용산역 주변 4700평 규모 '창업주거복합시설' 조성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한때 컴퓨터·전자제품 유통 1번지라 불렸던 용산전자상가 일대가 4차산업혁명과 청년창업의 메카 'Y 밸리(Y-Valley)'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전자상가에서 '디지털 메이커시티 용산 Y-Valley 혁신플랫폼 선포식'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Y-밸리는 5G, 드론, VR(가상현실) 등 디지털산업과 신산업이 융·복합하는 '디지털 메이커시티(Digital Maker City)'이자 '청년창업 플랫폼'을 표방한다.
1987년 문을 연 용산전자상가는 국내 최대 규모(21만㎡·6만3525평) 전자제품 단지다. '한글과 컴퓨터'가 개발·유통되기도 했으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고 인터넷쇼핑이 본격화하면서 지금은 공실률이 22.7%에 달해 인적이 드문 창고형 상가로 쇠퇴했다.
이에 시는 2022년까지 ▲산업 ▲공간 ▲거버넌스 등 3대분야 13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전자랜드 등 4개 상가 4000여개 점포 상인 안정화대책을 포함한 '도시재생활성화계획'도 연말까지 내놓는다.
시는 이곳에 앵커시설 조성 등 마중물 예산만 200억원을 투입한다.
컴퓨터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전자제품 '제조~판매~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경쟁력을 살려 한해 온라인 주문 6000만건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사업은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전자랜드 등 4개 상가 4000여개 기존 점포를 중심으로 창업·교육시설, 프로그램, 청년일자리 및 주거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변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도시재생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시는 지난해 2월 이 일대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중심시가지형)'으로 선정하고 올 1월 도시재생센터를 연 바 있다.
Y-밸리는 시와 상인, 정부, 민간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 16개 전략기관이 함께하는 민관협력이 지속 동력이다. 미국 보스턴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 중국 심천경제특구 '화창베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 등 5개 대학은 용산전자상가에 '현장캠퍼스'를 만들어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창업프로그램을 진행한다.
LG유플러스는 '5G 기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CJ는 지역 내 초·중학생 대상 'IT 창의코딩교육'을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영세상인 전용 '저리융자상품'을 개발한다.
우선 이날 원효상가 2~3층엔 6000㎡(1815평) 규모 '용산전자 상상가'가 문을 연다. 5개 대학 현장캠퍼스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용산구 창업지원센터 등 11개 전략기관이 입주해 운영한다.
2층에선 3D 프린터 등 첨단 장비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디지털대장간'과 '마이크로팩토리' 등이 들어선다. 3층은 대학(현장캠퍼스)-공공(창업지원센터 등)-기술장인이 어우러지는 '청년창업 플랫폼'이다. 개방형 코워킹스페이스와 공유부엌, 강의실 등 시설도 마련됐다.
디지털대장간과 마이크로팩토리는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공식 누리집(y-valley.org)에서 사전신청 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와 용산구, 입주 전략기관의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다음달부터 별도로 운영된다.
주변과 연결성 강화를 위해 용산역과 용산전자상가를 잇는 141m 길이 '무빙워크 보행교'가 신설돼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국가공원 등과 이어진다.
현재 주차장 등으로 쓰이는 용산역 주변 대규모 부지(국유지+시유지)에는 문화·여가·주거 기능을 갖춘 '창업주거복합시설'이 1만5566㎡(약 4709평)이 조성된다.
택배상자들이 거리에 쌓여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스마트 통합물류시스템'도 구축된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기존 상인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선인상가는 전체 점포 1371곳과 상생협약을 맺고 입주상인들의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기로 했다. 시는 나머지 3개 상가도 연내 상생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상가주들과 협의에 들어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도시를 보는 패러다임, 시선이, 시각이 달라졌다"며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개발로부터 사람으로 중심축을 이동한다는 면에서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도 그런 철학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용산전자상가가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을 이끌 전진기지, 플랫폼, 혁신기지로 재탄생할 것을 선포한다"면서 "앞으로 4년 후인 2022년 용산전자상가는 전자산업 기반 새로운 산업문화 복합교류기관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에게 희망을, 쇠퇴한 도심 산업엔 활력을 불어넣는 'Y-밸리'로 재생된다"고 말했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