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쓰레기 대란은 피했지만…오락가락 행정 시민 분통

기사등록 2018/04/02 16:05:34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폐자원 수입을 금지하면서 서울과 경기 용인, 화성 등 일부지역에서 폐비닐과 플라스틱의 수거가 거부된 가운데 2일 오전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내 분리수거장에서 주민이 폐비닐과 플라스틱을 제외한 재활용품을 버리고 있다. 2018.04.02. ppljs@newsis.com
비닐·스티로폼 쓰레기 배출 불허? 허용? 혼란 가중
"뭐가 달라진 건지 몰라"…"일단 집안에 쓰레기 방치"
경비원이 음식물쓰레기 든 봉투 일일이 가위질도
"비닐 씻으라는데 다들 경비가 알아서 하라는 식"
"아 이걸 집에서 누가 하냐고 누가! 탁상공론이지"

 【서울=뉴시스】박준호 채윤태 남빛나라 기자 =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는데 뉴스에도 나오고 화제가 되니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한 H아파트 대단지. 주민 이모(42)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재활용 폐기물 배출 관련 안내문을 받아보고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청에서 배부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에는 '비닐은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은 경우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고 이물질을 제거할 수 없는 것은 종량제 봉투에 배출할 것', '스티로폼은 컵라면, 기타 용기는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되 색상이 있거나 코팅된 경우는 제외' 등의 알듯 말듯한 지침이 적혀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원래 하던 대로 스티로폼이랑 페트병을 분리수거장에 버렸다는 이씨는 "안내문을 오늘 아침에 받아보긴 했는데 뭐가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다"며 "뉴스를 보니 종량제 봉투에 비닐이랑 페트병을 담아 버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어떻게 달라진 것이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4월1일부로 폐비닐과 스티로폼 등과 같은 재활용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기로 한 수도권 재활용 업체들이 시행 하루만에 입장을 철회하면서 '쓰레기 대란'은 가까스로 피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과 수도권 일대 아파트의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업체가 1일부터 폐 비닐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는 폐 비닐이 쌓여 있다. 2018.04.01.  scchoo@newsis.com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폐비닐 등 값어치가 떨어지는 재활용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면서 비상이 걸렸으나, 환경부가 폐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수거업체들과 이날 오전 협의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이에 따라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두고 주민과 경비원 간 실랑이가 벌어졌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도 배출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주민들 불만은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결국 국민들만 혼란이 가중되고 괜한 피해를 겪은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최모(33·여)씨는 "아파트에서 공지는 없었는데 며칠 전 경비아저씨가 '이제 페트병, 비닐은 분리수거 내놓으면 안 된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리라'고 해서 의아했었다"며 "뉴스를 보고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또 그냥 버려도 된다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사전 공지가 제대로 안 된 지역의 주민들은 더 우왕좌왕했다.

 인천에 사는 신모(31·여)씨는 "어떻게 하라는지 몰라서 집안에 쓰레기를 방치해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는 "지난주 토요일까지는 아파트에 페트병, 비닐, 스티로폼 분리수거를 내놓지 말라는 공문이 붙어있었지만 지난 일요일(1일)에 다시 보니 공문이 사라져 있었다"며 "오늘 비닐 일부는 비닐분리수거통에, 일부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뒀다. 잘 몰라서 일단은 그렇게 했는데 결정이 나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 관리 직원이 재활용품 수거함에 모여있는 스티로폼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스티로폼을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옮겨담고 있다. 2018.04.02
여전히 재활용 폐기물을 종량제 봉투를 통해 잘못 배출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는 정부의 계도 부족에 따른 오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행법상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과태료 10만~30만원 부과 대상이다.

 서울 송파구 주부 이모(33·여)씨는 "라면이나 과자 봉지 등은 작게 접어서 종량제 봉투 안에 넣기 시작했다"며 "2인 맞벌이 가구라 평소 10ℓ 짜리 작은 종량제 봉투도 일주일 안에 차는 일이 거의 없는데 어제는 한 개가 가득 차서 다른 봉투를 꺼내야 할 정도로 부피가 커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우리 아파트는 아직 바뀐 제도대로 안 하는지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란이 있긴 했는데 비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스티로폼이 문제"라며 "맞벌이라 신선식품 등을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커다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로 온다. 작게 부숴서 봉투 안에 넣는 것도 한계가 있고 부수는 과정에서 먼지도 많이 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중국발 쓰레기 대란 사태의 불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까다로워지자 가뜩이나 격무에 시달리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잔업도 늘어날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관리하청 일을 맡고 있는 70대 직원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스티로폼 재활용 수거함에서 스티로폼들을 꺼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옮겨담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 직원은 "스티로폼을 이제 잘 안 가져간다니까 일단 수거된 스티로폼 중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을 구분해서 종량제봉투에 옮겨담아서 버려야 한다"며 "앞으로는 주민들이 깨끗한 스티로폼, 페트병, 비닐을 따로 모아 배출해야 한다. 우선 페트병은 따로 모아 버리진 않는데, 깨끗한 것은 두고 심하게 지저분한 것은 분류해서 세척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쉴새 없이 일했다.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폐자원 수입을 금지하면서 서울과 경기 용인, 화성 등 일부지역에서 폐비닐과 플라스틱의 수거가 거부된 가운데 2일 오전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내 분리수거장에서 주민이 폐비닐과 플라스틱을 제외한 재활용품을 버리고 있다. 2018.04.02. ppljs@newsis.com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쓰레기 처리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목격됐다.

 한 50대 경비원은 음식물 쓰레기가 든 봉투를 가위로 일일이 잘라 음식물과 비닐을 분리했다. 음식물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씻지 않고 버리면 세척하는 인건비가 더 들어서 재활용업체가 사업성이 없어 잘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 경비원은 "음식물을 담았던 비닐은 폐기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번에 지침이 내려온 게, 이걸 깨끗하게 집에서 씻어서 봉투를 따로 버리란 거다. 가정집에서 그러겠나.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원망했다.

 이어 "구청에선 음식물 담았던 비닐을 음식물이 묻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서 깨끗하게 씻어서 재활용이 되게끔 일반 비닐로 버리라고 하는데 2시간만 여기(쓰레기처리장) 안 들여다보면 난리가 난다"며 "다들 경비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음식물을) 그냥 봉지에 담아서 버린다"고 혀를 찼다.
 
 이 경비원은 봉지 자르던 가위로 쓰레기통을 탁탁 치며 "아 이걸 누가 하냐고 누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며 "행정하는 사람들 탁상공론을 어쩌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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