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불평등하다' 비판이 미투 운동 촉진제 될 수도
"사법부에 대한 문제의식 커지면서 연대 확산될 것"
"영장 기각을 두고 무죄로 해석? 사법 절차 몰이해"
"한국사회 성차별문화 변혁이 목적…일희일비 안해"
"사실관계 부족한 폭로 자제, 사법부 존중도 필요"
【서울=뉴시스】박영주 이예슬 김지은 안채원 기자 = 법원이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형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미투 운동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28일 오후 11시20분께 검찰이 사전에 청구한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이 안 전 지사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계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미투 운동을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전 지사 성폭행 폭로 사건은 그간 일어난 여러 미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의 경우 피해자 김지은(33)씨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익명 미투 운동이 확산됐지만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씨의 경우 직접 실명을 밝히고 방송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 전 지사가 유력 대권 주자로 불렸던 점에서 반향도 컸다. 미투 운동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 2월까지 김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추가 피해자들이 성추행 사실을 잇따라 폭로하면서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도 등을 돌렸다.
그간 문화예술계 인사 등 다수가 미투 폭로 이후 구속된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판단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법원이 정치권에는 면죄부를 줬다'는 시각과 '법이 불평등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피해자들의 반발이 더 커질 거라는 전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법원의 공정성 시비가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안 전 지사 사건이 정치권 부패를 그대로 보여준 탓에 국민들은 더욱 반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국민들은 이번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권만 여전히 (약자에게) 위력을 행사하고 성 윤리를 덮어도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피해자가 신분 노출 위험을 감당하고 이야기를 했고 추가 피해자도 있는데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안 전 지사를 비호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미투 운동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사회 운동엔 위기상황이 있지만 영장이 기각됐다고 미투 물결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투 운동이 고발·폭로로 멈출 게 아니라 문제의식을 모두 공유하고 확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340여개의 여성 시민 노동단체가 모인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관계자는 "안 전 지사의 구속 여부가 미투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미투가 요구하는 건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일 뿐 가해자 처벌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속 여부는 수사과정의 하나일 뿐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불기소가 되거나 죄가 없다는 방정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구속 여부는 수사 과정 중 하나"라며 "구속 영장 기각을 두고 무죄로 해석하는 건 형사 사법 절차에 대한 이해가 낮고 과도하게 법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이 폭로를 위한 폭로, 사실관계가 부족한 폭로는 자제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사법 절차를 되돌아 보면서 존중하는 방향으로 미투 운동을 끌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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