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탓공방' 헌개특위, 원내대표 합의 나오자 '씁쓸한 미소만'

기사등록 2018/03/26 18:54:12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헌법개정 전반에 대한 논의 관련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김재경 위원장이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 2018.03.2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여야가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개특위) 전체회의에서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회의 도중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개헌안 합의 착수 소식을 접하자 열띤 공방 분위기는 금새 식어버렸다.

 헌개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대한 지적을 쏟아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방어태세를 보였다. 국회 차원의 발의중단 요청에도 개헌안을 발의했다는 점과 이날 발의된 개헌안이 헌법상 명시된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을 비롯해 개헌안 내용에 대한 비난이었다.

 헌개특위 위원장인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모두발언에서 "대통령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의 종식이란 국민적 여망을 저버렸다"며 "대통령 권력을 나누거나 줄이지 않고 포장만 4년 연임으로 바꿨다. 제왕적 권한을 그대로 두고 임기만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면 이것은 헌법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위원장이 사회자로서 존엄과 권위를 스스로 상실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한다"며 "우린 얼마든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회의석상에서 토의할 수 있다.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사회자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상실된다면 우리 스스로 가질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저는 개헌안 자체가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헌법 89조에 헌법개정안은 국무회의에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나온다"며 "이번 개정안은 민정수석실에서 주관해 이뤄졌다. 오늘 급조해 국무회의를 열었는데 심의시간은 40분이었다. 수십가지 헌법에 대한 심의시간이 40분이라는 것은 국무회의가 들러리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회의 전에 각 국무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료를 제공했고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사전에 충분히 의견이 오갔다면 회의가 짧다해도 부실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왜 민정수석이 대통령 개헌안을 만드는 것을 주도하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는데 개헌안 발표를 누가 하느냐가 법에 정해져있지 않아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에게 설명한 것도 개헌에 대해 많은 시간 고민해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완주 의원은 "이제 국회가 솔직해야 할 때다. 1년 간의 논의과정 동안 여야가 합의 못하고 행정부는 불과 한달여 만에 (개헌안을 마련했다). 물론 국회 논의과정을 충분히 듣고 마련한 것이지만 이건 부끄러운 것이다. 행정부가 졸속으로 했다고 질타할 게 아니고 국민 염원에 속도 맞추지 못한 무능함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정부 발의안이든 국회 발의안이든 국민의 뜻에 맞는 시대정신을 담으면 된다. 헌개특위 2기가 85일 동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이어왔다. 왜 본질적인 것은 말 안하나. 우리가 정부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라고 국민 앞에 드러내야한다"며 "개헌 논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저는 역대 어느 헌법개정보다 이렇게 길게 논의한 건 못 봤다"고 꼬집었다.

 비교적 소수정당인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양당 간 공방에 중재안을 내놓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가 자신의 책무를 해태한 것으로 야기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회는 지금 서로 질책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스스로 잘못해놓고 남탓하는 것까지 인내할 국민은 없다. 이제 대통령 개헌안이 송부됐기 때문에 여야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다. 개헌이 좌초되면 혹독한 역사적 책임이 따를 것이다. 이제 저희가 제기한 정치적 협상을 마련해야한다"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회의 중 '여야 3당 개헌안 합의 착수'라는 원내대표 회동에서의 결정 소식을 접한 뒤 "국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의원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원내대표 결정으로) 여야3당 개헌협의가 도돌이표가 됐다. 이제 그만 서로 상처 주고 대화하면서 솔직하게 논의하자"고 제언했다.

 같은 당 이태규 의원은 "대통령에 개헌안 발의 명분을 주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모습은 곤란하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는 정부 형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헌이라는 큰 기조와 개헌 시기 합의를 도출해내고 대통령 개정안은 공고일 20일 내로 상정해서 조기 부결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대통령 개정안에 대한 논란을 막고 국회가 국민에게 개헌해 내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부터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도 실질적 협의를 위한 발언들을 주로 쏟아냈다. 황영철 한국당 의원은 "한국당은 협상테이블에 내놓을 안은 다 돼 있다"고 말했고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저희가 시기에만 집착하는 문제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추수할 때 추수해야지 눈 올 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의 중 날카로운 공방이 오가며 여야가 각자 입장을 주장하던 상황에서 원내대표들 간의 합의 결과가 나오자 회의장 내에는 기가 한풀 꺾인 분위기가 엿보였다. 원내대표 차원의 회동이 시작되면 헌개특위에서의 논의는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회의 일정을 잡기 위한 헌개특위 간사들 간 회동에 한 의원은 "앞으로 우리가(헌개특위가) 무엇을 하는지부터 정해야 할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결국 헌개특위는 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헌개특위 간사 협의 후 전체회의 개최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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