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뜻 불이익 감수" 안희정 속내는…구속 자포자기?

기사등록 2018/03/26 16:40:04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자신의 비서 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 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 모습. 2018.03.26. photocdj@newsis.com
안희정 "그간 국민 실망감·좌절감에 참회의 뜻"
법조계 "혐의 소명 받아들여질지 고민 컸던 듯"
"어제 성추행 추가 폭로 나오자 심리적 부담도"
"방어권 포기, 사유 떠나 구속심사에 불리 전망"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26일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안 전 지사가 본인의 방어권을 포기한 만큼 구속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등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 전 지사는 낮 12시40분께 번호인을 통해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서면심사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전 지사 측 법률대리인은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고 필요한 조사는 다 이뤄졌다는 판단"이라며 "안 전 지사가 본인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국민에게 그동안 보여줬던 실망감과 좌절감에 대한 참회의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법원이 공정하고 객관적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안 전 지사에게 출석을 설득했으나 안 전 지사가 "국민들이 불편하고 피로감만 느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지사가 이미 혐의를 부인해온 상황에서 새롭게 주장할 내용이 많지 않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담이 커 불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에 자신이 무죄라고 소명할 유일한 기회인데도 변호인단에서 출석하지 말라고 조언했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본인이 상당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추가 성추행 의혹이 나오고 구속영장에 강제추행이 함께 적시되면서 혐의 소명이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씨가 제기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 외에 강제추행 혐의를 추가했다.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인정되는 혐의다. 안 전 지사 측이 부인해온 '업무상 위력 행사'를 간접적으로 보강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3.19. photocdj@newsis.com
영장실질심사 전날 안 전 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온 점도 심리적 부담을 안겨줬다는 분석이다. 안 전 지사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일부 구성원의 모임인 '김지은과함께하는사람들'은 새로운 피해자가 나왔다고 지난 25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A씨는 안 전 지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던 날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 날 안희정이 저를 너무 빤히 쳐다봐서 '그렇게 보시면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안희정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예쁘다'고 말하며 저의 어깨를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안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이후에도 남성 동료들에게는 오지 않았던 개인적인 텔레그렘 메시지를 받기도 했고 공적으로 엮인 저에게 '아가야' 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옆에 앉아있던 안 전 지사가 자신의 허벅지를 소리가 날 정도로 쳤다고 전했다. B씨는 "조금 긴장해서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불편하게 앉았는데 안희정이 '편하게 앉아' 라고 말하며 제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쳤다"며 "'찰싹' 소리가 날 정도의 터치였는데 그 당시의 불편했던 감정이 오래 남아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한 변호사는 "보통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방어권을 보호해야 하는 사유를 소명하고 영장이 발부되지 않도록 대응한다"며 "법적으로 기각 또는 발부를 확신해 어차피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거나, 법적인 문제를 떠나 외관상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유를 떠나 안 전 지사의 불출석 결정은 영장실질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 꼭 출석해야할 의무는 없지만 본인이 방어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구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안 전 지사가 자신의 방어권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구인장 집행보다 서면심리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원은 검찰 구인영장 집행여부 등을 확인한 뒤 서류심사로만 심문기일을 대체할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이던 김지은(33)씨는 지난 5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다음날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안 전 지사가 설립을 주도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도 "2015~2017년 사이 4차례 성추행과 3차례 성폭행 등을 당했다"며 안 전 지사를 지난 14일 고소했다.

 검찰은 관계자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안 전 지사를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안 전 지사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강제추행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A씨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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