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전 입장발표 '30자 vs 230자'
朴 지지자 오열…MB 소환엔 고요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지 358일 만인 14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했다. 뜨거운 관심 속 검찰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보다 차분하지만 비장한 분위기 속 조사에 임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11일 만인 지난해 3월21일 청와대 경호처에서 제공한 에쿠스 차량을 타고 검찰에 출두했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청사 앞은 수백 명의 국내외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 없었고,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탄핵 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던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앞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도 관심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며 30자 가량의 짧은 입장만 내놓았다.
수미터 가량 떨어져 있던 취재진들이 질문을 쏟아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냐" 등 질문을 뒤로하고 청사로 곧장 들어갔다.
청와대 경호처 제네시스 차량을 이용해 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이 전 대통령은 230자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며 말을 삼갔다.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각오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택과 청사 인근에서 울분을 토하며 반발한 것과 달리 이날 서초동에는 이 전 대통령을 찾은 지지자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 소환 당일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촛불집회 주최측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청사를 둘러싸고 지지자들은 대검찰청 방면 서쪽 출입문 인근에, 춧불집회측은 법원 삼거리에 모였다. 일촉즉발의 충돌 우려로 경찰은 이날 청사 주변에 경력 1900여명을 배치했다.
자택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모여 검찰 조사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지지자 일부는 길목에 드러누워 차량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지지자들은 눈물을 쏟았다.
이 전 대통령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서초동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 자택 인근과 서초동에는 지지자는 물론 보수단체 회원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시민단체 회원 일부가 청사 정문 앞에서 이 전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할 뿐이었다. 경찰도 600명 가량만 배치됐다.
이 전 대통령은 도착 후 20분 가량 한동훈 3차장과 티타임을 가진 뒤 조사를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도착 후 10분 뒤 조사가 시작됐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서울중앙지검 10층 1001호에서 조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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