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사이비 미투 경계해야…일부 언론이 구분 못해"

기사등록 2018/03/12 18:30:08
【서울=뉴시스】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뉴시스 DB)
페이스북에 "용기있는 피해자 폭로가 사이비에 오염"
"美 미투, 위력·위계 의한 상습적 성폭행 폭로로 시작"
"일회적 추행, 권력없는 사람 미수행위는 본질과 멀어"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 없이 무차별적 사생활 폭로"
"정치를 시궁창 처박는 일…일부 언론이 왜곡과 오보"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일회적인 성추행 폭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본질과 다르다는 주장을 SNS에 올렸다.

 12일 조 교수의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조 교수는 전날 '지금은 미투를 오염시키는 언론을 경계할 때'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모처럼 피해자 여성의 용기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의해 오염되기 시작했다.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미국에서 미투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 상대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이길 수 없기에 다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 공개로 한 남성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라며 "법치국가에서 여론재판은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미 온리(Me only)일 뿐"이라며 "게다가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다. 미국 경제를 역대 최고의 호황으로 이끈 클린턴은 사생활이 도덕적이어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부 언론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할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 정작 미투가 필요한 곳은 지속적인 왜곡과 오보로 한 인간을 인격파탄으로 이끄는 일부 언론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말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것과 관련해선 "내가 완전히 침묵하겠다고 한 적도 없거니와 설령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한다해도 그건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나의 천부인권"이라고 언급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 교수는 지난해 말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취재 중인 한국 기자들을 중국 측 경호원들이 폭행한 사건에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냐"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닐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논란이 빚어지자 조 교수는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jabi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