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됐던 사우디 거물들 학대 당해…석방 후 발찌착용"NYT

기사등록 2018/03/12 15:42:27
사우디 거물 경제인들, 석방 후 위치추적 발찌 착용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됐던 고위인사들이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뉴욕타임스(NYT)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수 개월의 구금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압과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수사를 개시한다며 왕자 및 전현직 장관, 기업인들 등 고위인사 수 백여명을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단속 초기 최소 17명의 고위인사들이 신체적 학대로 입원했다. 그 중 한 명은 목이 뒤틀리고, 몸이 심하게 부어오른 채 사망하기도 했다.

 NYT는 고위인사 대부분은 구금에서 풀려났지만 자유의 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거물급 사업가들은 움직임을 추적당하는 발찌를 착용하고 있으며, 군대를 호위하고 고급잡지에 등장했던 공주는 경호원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개인비행기로 여행하는 가족들은 은행계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금됐던 고위인사들의 대부분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 금액만 1000억 달러(10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보석금을 냈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절차 없이 그들의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정부의 통제에 서명했다. 실질적으로 모든 재산을 빼앗긴 셈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그들의 자산을 압류하지는 않았다.

추적장치를 착용하도록 강요받은 구금인은 사업이 망하면서 우울증에 빠졌다. 그의 친척은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서명을 해버렸다"며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아직 내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대 논란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NYT에 이메일을 보내 "절대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어떠한 학대혐의도 부인했고, 구금사건을 법적으로 정리된 사건으로 묘사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빈살만 왕세자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련의 반부패 숙청과정에 대해 왕국의 문화와 정치를 현대화하는데 필요한 '충격요법'이었다고 말했다. 살만 왕세자는 "몸 어느 곳에나 암이 있고, 부패는 암이다. 우리는 화학요법을 필요로 하지만 충격요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암이 몸을 좀먹을 수도 있다"며 "이러한 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왕국의 예산을 맞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jae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