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후임을 뽑기 위한 준비로 보이는 최고 입법회의를 4월 개최한다.
PA 고위 관계자 아흐마드 마즈달라니는 7일(현지시간) 최대 입법 기구인 '팔레스타인 국가 위원회'(PNC)의 구성원 700명이 4월 30일 수도 라말라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의 목적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들을 논의하고 자치정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집행위원회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마즈달라니는 전했다.
PLO 집행위는 위원 18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연령이 높은 탓에 제기능을 못해 왔다. 구성원 가운데 1명은 사망했고 2명 이상이 건강 악화 문제를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아바스 수반 역시 올해 83세의 고령인데 후계자를 지명한 적이 없다. 그가 지난달 미국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돌아 온 뒤 중동 언론들 사이에서는 그의 건강이 몇 달새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1935년생인 아바스는 2004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을 맡았고 2005년 1월 선거에서 4년 임기의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됐다.
이후 파타당과 또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의 정치적 균열로 아바스 수반은 선거 없이 11년 넘게 임기를 이어갔다. 그는 2015년 8월 PLO 의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수반 지위는 유지했다.
AP통신은 4월 예정된 PNC 회의가 아바스 수반의 후계자를 지명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새로 꾸려진 집행위 구성을 보면 차기 수반 후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집행위에서는 아바스 수반이 자리를 비울 경우 일반적으로 '2인자'가 임무를 대신했다. 현재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은 사에브 에레카트(62) PLO 사무총장이다. 에레카트는 그러나 최근 폐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얼마나 현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에 휩싸였다.
지브릴 라조브(62) 팔레스타인 축구협회장, 마무드 알 아로울 전직 PLO 레바논 지부 군사령관 등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집행위 소속이다.
4월 회의는 1994년 이스라엘과 맺은 오슬로 평화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이 최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진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치며 팔레스타인을 압박하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미국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재정 지원 삭감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해 왔다.
미국은 예루살렘 선언 이후 트럼프의 맏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주축으로 중동 협상팀을 꾸렸지만 1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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