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동안 한은 안정적으로 이끌며 총재직 무난한 수행
文정부 경제팀과 호흡 잘 맞는 점도 연임 결정에 작용
4년 전 청문회 당시 논란없이 통과…연임 성공할 듯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청와대 지명으로 연임에 나서게 된다. 지난 1974년 연임한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뚜렷한 정치색없이 지난 4년간 총재직을 무난하게 수행한 점이 이번 연임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차원도 있어 보인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강원 원주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77년 한은에 입행했다. 지난 2012년 부총재직에서 물러난 이후 2014년 총재 취임까지 2년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39년간 몸담은 '정통 한은맨'이다. 한은에서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지내 '통화정책 전문가'로 불린다. 재임기간 동안 5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고, 지난해 11월 한차례 금리를 올린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인선됐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 정부 경제팀과의 호흡이 잘 맞는 점도 이번 인선 과정에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외환방어막을 단단하게 만든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의 상설 형태의 통화스와프를 맺은 데 이어 지난달 20일 스위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이 총재가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평소 이 총재는 원칙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 2016년 당시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은의 직접 출자를 요구했으나 이 총재는 출자를 거부한 바 있다. 그는 "국책은행에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기본 준칙을 어기는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내세웠다.
내부적으로도 이 총재는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김중수 전 총재의 후임으로 취임한 뒤 한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이다. 인사청문회 때 논란없이 통과한 점도 연임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경우 자칫 인선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총재는 자신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 스타일로 지난 2014년 총재 취임 당시 인사 청문회에서 신변과 관련된 논란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총재 연임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찾아볼 수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은 8년간 재임한 바 있고, 최근 구로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57년만에 처음으로 연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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