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피해를 입을까봐 이름을 마무드(29)라고만 밝힌 이 시리아 청년은 평생 최대의 기쁨이 될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행 비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시리아가 미국의 여행금지 국가로 묶여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애이다.
2016년 시리아 정부군이 동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공습과 지상전을 겪으며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110분짜리 이 장편 다큐영화에서 화이트 헬멧 구조대원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후 미국은 시리아를 외국인 입국금지 대상국으로 지정해 비자를 얻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시리아 정부는 화이트 헬멧 구조대가 반군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테러 단체로 여기고 있어서 마무드는 여권조차 없다.
이 영화의 감독겸 작가인 피라스 파야드, 제작자 카림 아비드는 아카데미상 주최측인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의 연대선언 등 복잡하고 긴 투쟁 과정을 거쳐서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아비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미 국무부가 비자를 얻게 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마무드는 점령지에 살고 있는 주민이며 그의 눈을 통해서 본 시리아 내전의 세월과 참상을 그린 것이 이번 영화였다. 마무드는 그래서 미국에 가서 직접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AP기자에게 " 메시지를 받는 것과 그 얘기를 직접 귀로 듣는 것은 다르다"고 이유를 말했다.
파야드는 마무드의 여권발급을 위해 노력했지만 시리아 정부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 점령지역 주민들에게는 어떤 서류도 발급을 거부한다. 파야드는 결국 마무드가 이 때문에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없어서 시상식에 참석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리아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게 된 "라스트맨 인 알레포"는 고향에서 정부군 포화 속에 목숨을 걸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출동하는 화이트 헬멧 일행을 따라가며 찍은 영화이다.
마무드는 " 전 세계가 시리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이 것이 시리아 내전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혁명이다. 자존심의 혁명, 인도주의를 위한 혁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화이트 헬멧에 가담해 활동해왔다. 정부군 폭격으로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불타는 승용차안에서 타죽던 어린 아이의 이미지가 지금도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 모습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가 뭔가 해야된다는 생각, 어린 아이가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마무드는 정부군이 동부 알레포를 함락한 뒤 알레포의 반군 장악지역인 교외의 농촌지역으로 옮겨가 여전히 폭격 희생자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자원봉사자들을 훈련시키며 지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방이 죽음, 죽음 뿐이다. 이렇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평화, 사랑, 고요함, 안전 같은 기본권조차 박탈 당한채 매일 밤 폭격이 두려워 잠조차 제대로 못자고 있다. 그래서 이 전쟁을 빨리 끝내야만 한다는 증언이 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은 알레포에서 다시 동 구타 지역으로 폭격과 살상지역이 옮겨갔지만 화이트 헬멧은 이 곳에서도 40만명의 포위된 주민들을 위해 폭탄 속을 뛰어 다닌다.
이런 용맹과 희생은 전세계에 감동을 안겨줘 넷플릭스에서는 또 다른 다큐영화 "화이트 헬멧"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영국의 올란도 폰 아인지델이 제작한 단편 기록영화로 지난 해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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