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문닫은 美 행정부…주말 동안 해법 마련할까?

기사등록 2018/01/20 20:13:51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연설 도중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 위기 속에 예정됐던 플로리다주로의 여행을 취소하고 찰스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막판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2018.1.20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20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문을 닫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은 2013년 이후 4년여 만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CNN 등에 따르면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전날 각 기관들에게 업무 종료를 지시하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 지침은 의회로부터 명확한 신호가 없기 때문에 예산 미책정에 따른 '정식 업무 폐쇄'를 계획해둘 필요가 있으며, 적절한 추가 지침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사법, 안보, 중앙은행 등 필수 요소를 제외한 정부 기능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미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확히 1년 만에 업무 중단 사태를 맞았다. 이번 셧다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3년 10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백악관과 의회를 한 정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첫번째 셧다운이다.

앞서 미 상원은 전날 오후 행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지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의결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민주당은 임시 지출 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청년 보호 대책 처리를 요구하면서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는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조 도넬리(인디애나), 하이디 하이트캠프(노스다코타), 클레어 매카스킬(미주리), 더그 존스(앨라배마) 등 5명 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내 이탈표도 나왔다. 랜드 폴(캔터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마이크 리(유타),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등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암 투병중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쟁점은 이민법이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부활에 준하는 입법을 예산안에 연계했지만, 공화당은 이 법안을 처리할 경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항목도 예산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워싱턴=AP/뉴시스】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셧다운(폐쇄)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막판 타협을 시도하고 의사당으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회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슈머 대표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일 밤 12시(한국시간 20일 오후 2시)가 되면 정부 지출을 위한 임시 예산 지원 시한이 종료돼 그때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셧다운이 시작된다. 2018.1.20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셧다운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대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감세정책의 훌륭한 성공을 흠집내기 위해 셧다운을 바라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붐이 일고 있는 마당에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적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들은 마치 셧다운을 응원하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사태를 '트럼프 셧다운'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맞받았다.

행정부 업무가 중단된 시점이 주말 기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민주당과 공화당의 충돌했을 때는 80만명의 공무원이 2주 동안 무급 휴직을 하는 등 정부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다.

상원과 하원이 모두 이날 회기를 열기 때문에 임시 예산안이 막판 극적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관공서 업무가 시작되는 22일 전까지만 예산안이 처리된다면 이번 셧다운의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월 8일까지 정부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산안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상안 통과를 위해 이민법 문제도 함께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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