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천 화재 참사 건물주-세입자 경매비리 의혹

기사등록 2017/12/28 15:43:53
【제천=뉴시스】김재광 기자 = 29명이 화재로 숨진 충북 제천시 하소동 71-7번지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건물.2017.12.28.photo@newsis.com

건물주 7월 건물 낙찰...함께 경매하려던 세입자는 돌연 유치권
낙찰되자 세입자는 14일 만에 유치권 풀고 보상받아 공모 의혹

【제천=뉴시스】김재광 기자 = 지난 21일 29명이 화재로 숨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건물이 경매 과정에서 '허위 유치권'이 행사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치권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체나 건축업자가 미수금을 받을 때까지 담보용으로 건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다.  

 28일 충북경찰청 수사본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제의 건물은 애초 지하 1층, 지상 7층의 복합상가로 지어졌다.

 하지만 전 건물 소유주 박모(58·구속)씨가 경영난을 겪다 2015년 경매에 넘겼고, 그는 올해 4월 사기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청주지법 제천지원(사건번호 2015타경 2910)은 2015년 9월 3일 경매 개시 결정을 했고, 올해 7월 10일 현 건물주 이모(53·구속)씨에게 27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평가액은 52억5858만원이었지만, 수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경매가는 21억5391만원(41%)으로 떨어졌다. 건물 면적은 4272㎡, 토지면적은 802㎡다.
【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22일 사고 현장 앞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책본부 관계자들이 헌화한 국화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2017.12.22 inphoto@newsis.com


 이 건물이 경매로 나오자 임차인 Q(58)씨가 유치권을 행사했다. Q씨는 올해 5월 8일과 같은 달 15일, 두차례 유치권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향 선후배로 알려졌다.

 신고서에 적힌 금액은 5억원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경매 개시결정을 하면서 "유치권 성립여부는 알 수 없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이씨가 건물을 낙찰받고 Q씨가 유치권을 신고한지 2달여 만에 유치권신고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허위유치권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Q씨는 2014년 7월 25일부터 2016년 7월 24일까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고 이 건물 8층과 9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불법 건축물로 판명된 건물 테라스와 캐노피,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 등은 전 소유주 박씨의 동의로 Q씨가 건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된 물건을 보면 테라스 철골조 및 새시조 아크릴 지붕 67.5㎡, 철파이프조 아크릴지붕 21㎡는 임차인 Q씨 소유로 적시돼 있다.
   
 2010년 8월 9일 사용 승인이 난 이 건물은 두 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이 증축됐다.
【제천=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21일 66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햇빛 가림막)이 건축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4일 사고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 모습. 2017.12.24. kkssmm99@newsis.com


 건물은 작년 11월과 올해 1월과 5월 각각 세 차례나 경매가 진행돼 낙찰됐다가 대금 미납과 불허가 등의 사유로 다시 매물로 나왔다. 유찰을 거듭하면서 낙찰가는 감정가 대비 40%대로 내려갔다.

 Q씨의 유치권이 과연 적법했는지, 타인이 해결하지 못한 유치권을 이씨가 낙찰된 지 14일 만에 어떻게 해결됐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나오는 이유다.

 단순히 돈을 빌렸다면 근저당 설정하거나, 가압류 해야 할 사안인데 5억원 상당의 유치권을 행사한 건 석연치 않다는 의심도 나온다.

 Q씨는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박씨에게 받아야할 빚이 10억원 정도 있는데, 구속된 뒤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박씨 소유의 부동산을 통해 대여금의 일부라도 받으려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를 직접 하려다가 이씨와 같이 하기로 한 것"이라며 "내가 돈이 없어 (경매를) 못하고 이씨에게 모두 넘겨주고 박씨의 유체동산에 대해서는 이씨에게 일부를 보전 받았다"고 했다.

 Q씨의 주장은 유치권을 풀어주는 대가로 낙찰자인 이씨에게 경매물건을 넘겨줬다는 말이 된다.

 경매입찰 방해죄는 '위계나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성을 해한 자는 2년 이상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수 있다'고 규정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수사중인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이씨와 유치권을 행사한 Q씨, 전 건물주 박씨 등 실타래처럼 얽힌 금전 관계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권을 행사한 자와 경락자가 공모해 건물의 낙찰가를 낮추거나 허위 유치권 신고로 경매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는 경매입찰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kip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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