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가족이나 직원의 소방안전점검은 외부 전문 업체보다 유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전 건물주 A씨는 자신이 건물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한 아들 B씨 명의의 안전점검보고서를 지난해 8월 소방서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 필요, 비상 조명등 교체 등 비교적 경미한 지적 사항만 있었다. 필수 피난시설인 간이 완강기와 경보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대부분을 '이상 없음' 판정했다.
A씨는 분말 소화기를 보수하거나 비상조명 설비 전구를 교체하는 조처만 하고 1년에 한 번 반드시 받아야 하는 소방안전점검을 통과할 수 있었다.
A씨가 이 건물을 소유하던 2015년에도 소방안전점검에서 별다른 문제점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소방안전점검 서류를 늦게 제출하는 바람에 제천소방서가 과태료를 부과했던 것이 전부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은 3~4일 교육과 시험으로 취득할 수 있다. B씨는 2012년 10월부터 해당 자격증을 보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8월 이 스포츠센터를 법원 임의 경매로 인수했던 현 소유자 이모(53)씨는 외부 전문업체에 소방안전점검을 의뢰했다.
연말까지 반드시 받아야 할 점검이지만 자체 소방안전관리자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화재 발생 당시 이씨는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 중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 건물 소방안전점검을 벌인 D사는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소화기 불량, 화재 감지기 작동 불량, 피난 유도등 불량 등 소방안전 불량 '종합선물세트'라는 진단을 내놨다.
D사의 소방안전점검보고서는 아직 소방당국에 공식 제출되지 않았으나 이번 화재 직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검증에서 비상구 폐쇄, 스프링클러 미작동, 화재 경보기 미작동 등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 스포츠센터 등 2급 소방안전관리 건물은 연 1회 이상 소방안전관리자나 소방시설관리업자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소방설비 작동 기능점검을 한 뒤 30일 이내에 결과 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안전관리자는 관계 법령에 따라 자격을 갖춘 지인이나 직원으로 지정하는 사례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은 D사의 소방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53분께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로 사망 29명, 부상 37명 등 총 6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12월 화재 사고 중 세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냈으며 제천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의 인명피해로 기록됐다.
bc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