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보낼 순 없어" 발인날짜도 못잡는 제천 참사 유족

기사등록 2017/12/22 15:52:24
【제천=뉴시스】 박재원 기자 = 22일 충북 제천의 한 장례식장에 전날 하소동 스포츠센터 대형화재로 숨진 사망자의 빈소가 차려지고 있다. 2017.12.22  pjw@newsis.com
사망자 29명 중 19명 발인일 미정

【제천=뉴시스】박재원 기자 = "이렇게 빨리 보낼 순 없잖아요."

충북 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대형참사로 허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망인의 손을 좀처럼 놓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유족이 발인 날짜도 잡지 못하고, 그저 망연자실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22일 제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50분께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노모와 딸, 손녀 3대가 화마에 목숨을 잃는 등 총 29명이 사망했다.

29번째 사망자는 소방인력의 수차례 수색 끝에 같은 날 오후 10시, 발화시각으로부터 5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견됐다.
 
주검은 제천지역 5개 장례식장에 분산 수용됐다.

유족들에게 비보가 날아든 건 신원 파악이 끝난 오후 11시였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빈소조차 차릴 정신도 없었다.

일부 유족은 이튿날 날이 밝고서야 영정사진을 걸고 빈소를 차렸다.

【제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21일 오후 3시53분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복합건축물에서 불이 나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제천시내 한 병원에 붙여진 사망자 명단을 유족과 지인들이 확인하고 있다. 2017.12.22. ksw64@newsis.com
시신수습과 신원파악, 안치 등 일련의 장례절차를 거치는 동안 발인 날짜(23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을 보내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탓일까. 유족 대부분은 아직 가족을 떠나보낼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망자 중 10명만 발인 날짜를 잡았다. 23일 1명, 24일 8명, 25일 1명이다.

화마에 어머니를 잃은 유족은 "성탄절 선물까지 준비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순 없잖아요. 생전에 해드린 게 없는데, 너무나 억울하고 후회스러워 보내드릴 수가 없어요"라며 울먹였다.

분개하는 유족들도 있었다. 유족 A씨는 "화재 초기진압 과정의 허술함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오지 않았냐"라며 "책임있는 기관의 사과, 그리고 책임지는 모습이 보일 때까지 발인 절차를 잡지 않겠다"고 했다.

제천시는 유족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화장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립화장장도 희생자를 위해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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