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 예멘 내전 1000일째…고통받는 사람들

기사등록 2017/12/20 10:05:15
【사나=AP/뉴시스】지난 6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 아라비아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2017.12.2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이슬람 수니파 정권과 시아파 후티 반군의 갈등으로 촉발된 예멘 내전이 1000일을 맞은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 '잊혀진 전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FP통신은 19일(현지시간) 2015년 3월 26일 발발한 예멘 내전이 어느새 1000일째로 접어들면서 기아 발생과 식량난, 전염병 창궐 등 인도적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예멘을 방문한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의 캐럴라인 애닝 고문은 "이들의 고통은 전적으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예멘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충분히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멘 내전의 징후는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로 철권통치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사퇴하면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후티 반군은 예멘 수도 사나를 공략했다.

 압드라부 만수리 하디 현 예멘 대통령은 반란을 피해 남부로 피신했고 같은 수니파인 사우디 아라비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이에 2015년 3월 26일부터 수니파 아랍 연합군을 구성해 후티 반군 공습에 나섰다.

 사우디 개입이 장기화된 데다 이란이 같은 시아파인 후티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예멘 내전은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의 맹주이자 앙숙 관계로 주요 역내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힘겨루기를 벌여 왔다.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역시 민간인들이다. 항구와 공항이 폐쇄돼 사실상 예멘에 고립된 상태에서 수백만 인구가 기아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고 8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구호단체 '예멘 캔트 웨이트'(Yemen Can't Wait)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를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의 강대국들이 예멘 내전을 끝내기 위해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즉각적인 예멘 내전 휴전과 평화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구호단체 악티드의 리니 수할림 예멘 담당 국장은 "예멘 내전은 마치 세계가 잊어버린 보이지 않는 갈등 취급을 받고 있다"며 정치적 해법이 도출돼야만 민간인들의 고통을 끝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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