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강력요구…방송 개입 처벌 첫 사례
길환영 前사장, 혐의없음으로 사건종결
【서울=뉴시스】오제일 나운채 기자 =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이정현 (59·무소속) 국회의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이 의원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해경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통화 녹취 등을 통해 밝혀졌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그해 6월 이 의원과 길 전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당시 김 전 국장에게 적극적으로 부탁했고, 보도 시기나 내용 등을 변경하도록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의원이 당시 맡고 있던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의 업무 범위를 고려하더라도 단순한 항의나 의견 제시를 넘어서서 방송 편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간섭했다는 것이다.
방송법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 국가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는 목적의 법 취지를 어겼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검찰 시민위원회에 회부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건 처리를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검찰 시민위원회는 자율적인 토론을 거쳐 이 의원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냈다. 검찰은 시민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여 처분을 결정했다.
다만 같은 혐의로 고발된 길환영 전 KBS 사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국가 권력 등 외부가 아닌 방송사 내부 종사자 사이에서 방송 편성 규제·간섭 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게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신문사 발행인과 편집인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단계이고, 법적 논의가 정리되지 않아 처벌 규정이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예가 있다"라며 "헌재 결정을 참고해 길 전 사장 처분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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