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하루 40% 널뛰기...'닷컴버블' 재연 우려도

기사등록 2017/12/08 09:49:33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새 40% 넘게 오르내리는 등 극도의 시장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주부터 미국 주요 거래소에 비트코인 관련 상품이 거래되면서 기관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정상적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정보 업체 월드코인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자정(GMT 기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종가보다 24% 상승한 1만7221 달러(약 188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1만37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극심한 변동폭을 나타내며 치솟았다. 주요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에서는 장중 한 때 가격이 1만9000 달러가 넘었다가 잠시 후 1만6000달러까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하루 동안 최대 가격 변동폭은 40%를 넘었다.

연초 960 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1700% 이상 상승했다. 12월 들어서만 가격이 70% 이상 올랐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비트코인 시장에 유입되는 개인 투자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날 1만9000 달러가 넘는 거래 기록을 낸 코인베이스의 경우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에만 30만명이 몰려 이전보다 가입자 규모가 3배로 확대됐다.

외신들은 다음 주부터 미국 주요 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면서 제도권 시장 편입과 기관 투자 자금 유입에 대한 대감이 투자 심리를 과열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오는 11일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한다. 이어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도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한다.

현재까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은 대다수가 개인이다. 하지만 CME나 CBOE와 같은 메이저 거래소에서 관련 상품이 도입되면 기관 투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선물 상품이 도입되면 가격 하락을 회피하는 헤징(hedging) 거래가 가능해져 기관 투자자들이 제도권 금융상품처럼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전문 투자기관들이 현재 비트코인이 거래되고 있는 규제되지 않는 플랫폼에서 활동하기를 꺼려했지만, 당국의 규제를 받는 CME와 CBOE에서 상품이 거래되면 이런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련 선물 상품이 도입되기만 하면 비트코인이 정상적인 금융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선물산업협회(FIA)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 도입이 성급하게 이뤄졌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FIA는 전날 규제 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보낸 서한에서 "비트코인 선물의 신속한 도입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상품은 잠재적인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거래소가 마진 수준, 거래 한도, 스트레스테스트, 청산 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관들은 거래 조작에 대한 우려가 크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시장이 중앙에서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작전세력들이 가격 조작을 하기 쉽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대형 투자은행들도 비트코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보다는 상품 출시를 미루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브라이언 켈리 BK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광풍을 1990~2000년대의 '닷컴버블'에 비유했다.

켈리는 "솔직히 말하면 비트코인은 '펫츠닷컴(Pets.com)'과 같다"며 "비트코인이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펫츠닷컴은 1990년대 닷컴 버블의 상징 중 하나다.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닷컴 열풍을 타고 수퍼볼 광고 등을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2000년 2월 시가총액 1억 달러를 넘겼지만 8개월 뒤 폐업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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