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다자간 무역협정을 “우리의 손을 묶는(tie our hands)” 불공정 협정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여기에 가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못을 박은 반면, 시 주석은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면서 다자주의를 통한 협력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APEC 최고경영자(CEO)서밋’ 연설에서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FTAAP와 RCEP을 통해 무역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경제의 세계화에서 의미심장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자주의를 유지해야 한다. 상호 협력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당선된 이후 시 주석은 미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잘못된 무역 관행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를 저지르는 국가들도 용납하지 않겠다.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국을 우선하듯, 같은 방법으로 항상 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세계 무역 체제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양자간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원칙을 따르도록 하겠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손을 묶고, 우리의 주권을 내 줌으로써 의미 있는 (법) 집행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대규모 협약에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수년 동안 몇 가지 조건 아래 경제를 체계적으로 개방했다. 그러나 우리가 시장 장벽을 낮추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우리에게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가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하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우리는 더 이상 미국을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물러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자무역주의 대신 양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타결도 주문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이 RCEP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세안과 함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겠다. 빈곤과 기후변화, 여성 권익 등 분야에서 역내 협력을 강화하겠다.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통해 발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APEC은 아태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협력 플랫폼이다. 아세안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력 있고, 잠재력 있는 조직이다. 양대 경제체제는 앞으로 협력해 나갈 영역이 광활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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