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세계 반도체 업계는 물론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자동차 전자장비 업계까지 지각 변동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6일(현지시간) 퀄컴을 1300억 달러(약 144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로드컴이 퀄컴 주식을 70달러에 인수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으며, 이는 3일 뉴욕증시의 종가 가격에 28%의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만일 퀄컴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105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는 퀄컴의 순 부채 250억 달러(약 27조8000억원)는 포함하지 않은 규모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 자리로 올라서게 된다.
FT는 브로드컴 측의 제안이 받아들여 질 경우 시장가치 2000억 달러(약 222조원) 규모의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퀄컴 측이 브로드컴으로부터 ‘청하지 않은 제안(unsolicited proposal)’을 받았음을 확인해 주었다”고 밝혔다. FT는 브로드컴이 퀄컴 주식을 주당 70달러에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했으며, 이중 60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주식으로 지불하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양사 간 M&A 가능성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퀄컴의 주가는 6일 3.5% 상승한 64달러로 뛰었다. 브로드컴의 주가는 1.5% 오른 277.77달러까지 올랐다. 퀄컴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엔엑스피 반도체(NXP)를 390억 달러(약 43조 36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반도체를 생산해온 퀄컴이 이제 자동차 반도체 영역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퀄컴과 NXP 간 거래는 아직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다. 브로드컴 측은 퀄컴과의 M&A가 성사되더라도 NXP 인수는 기존 조건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퀄컴의 NXP 인수 사실이 발표된 이후 애플 등 업계 경쟁자들과 각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과 퀄컴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애플은 퀄컴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퀄컴 칩 대신 인텔 칩과 미디어텍 칩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18%나 떨어졌다. 지난 3분기(7~9월) 퀄컴의 이익은 5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여러 소식통들을 인용해 퀄컴 측이 브로드컴의 제안을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퀄컴 측이 인수가격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브로드컴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양사의 M&A는 미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 반독점 규제 당국의 강도 높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양사 모두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스마트폰 칩 업계의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칩 기술을,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원래 미국 기업이었던 브로드컴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370억 달러에 인수했다.
퀄컴은 이미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서 반독점 규제 당국으로부터 많은 벌금을 부과받았다. 퀄컴은 지난 달 대만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7억 7400만달러(약 8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대만 공정거래위원회(FTC)는 "퀄컴이 모바일 칩 분야에서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대만 역사상 단일 회사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중 최고 금액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과징금 1조 300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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