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께 폴리스 라인이 쳐진 삼성동의 한 아파트는 근처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는 직장인들과 아파트 주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과 취재진들로 현장이 붐비자 지나가는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고 상황을 묻기도 했다. 이들은 "아직 젊은 사람이 변을 당해 안타깝고 아깝다"며 혀를 찼다.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의 한 아파트 정문 근처에서 일어난 차량 전복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김씨가 운전한 벤츠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은 코엑스사거리에서 경기고사거리 방향으로 진행 중이던 그랜저 차량을 추돌한 후 인도를 넘어 아파트 정문 앞에 전도됐다.
현장 상황은 당시의 긴급함을 보여주듯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다. 차량에 의해 밟힌 것으로 추정되는 화단에는 키 작은 나무가 납작 엎드려 있었고 나뭇잎과 가지들도 인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사고 당시 근처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던 허남정(53)씨는 "요란한 구급차 소리가 들려 나와 보니 김씨의 차량이 옆으로 누워 있더라"며 "구조대가 차량을 절단하고 김씨를 꺼냈는데 선글라스를 쓴 얼굴에 이미 핏기가 없었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김씨는 서울 화양동 건국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고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오후 6시30분께 사망했다.
김씨의 차와 충돌한 그랜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최초 충돌 후 김씨가 가슴을 움켜잡고 있다가 갑자기 돌진하며 다시 차량을 추돌한 후 벽면을 충격했다"고 진술했다.
ashley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