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핵무기 최상의 상태 원해···비축량 증대는 불필요"

기사등록 2017/10/12 07:28:00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안보 관련 수뇌부 회의에서 핵무기 전력의 10배  증강을 희망했다는 NBC 뉴스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미국 핵무기가 최상의 상태(tip-top shape)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나는 (핵무기의) 현대화와 전면적인 재건을 원한다"며 "핵무기 비축량의 증가는 전혀 불필요하다(totally unnecessary)"고 강조했다. 즉, NBC뉴스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대통령이 미 핵무기고의 증대를 촉구했다는 최근 보도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이런 잘못된 보도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미 핵무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NBC 뉴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달 기지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핵무기 전력 증대가 긴박하게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는 냉전이 정점에 있었을 당시 미국이 약 3만개의 핵탄두를 보유했지만 지금은 줄어든 상태라면서 "무엇보다 소련이 붕괴했고 미국이 공격할 전략적 목표물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핵무기는) 매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유산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핵무기의 증대를 원한다면, 의회에 막대한 추가 예산을 요청해야 하는데 승인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스팀슨 센터의 배리 블레치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를 늘이려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을 허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비축량을 기존의 10배로 늘일 경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약 1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지 일주일 뒤 "미국의 핵 억지력이 21세기 위협들을 막고 동맹국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견고하며 탄력적인지 확인할 새로운 핵 태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뒤이어 지난 4월에는 국방부가 핵 무기 사용에 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는 북미 갈등이 본격적으로 격화되던 때여서 국방부의 이같은 발표는 큰 관심을 끌었다.

  데이너 화이트 미 국방부 선임 대변인은 당시 성명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21세기 위협들을 단념시키고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군의 핵무기를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믿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국방부 차관과 합참 의장에게 부서간 협력 등 관련 검토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으며 올해 연말께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 핵무기 현대화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추진돼왔던 것이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는 미 의회예산국(CBO)이 향후 발표할 예정인 핵무기 현대화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추정치와 관련해, 앞으로 30년 동안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계획된 1조달러보다 20% 늘어난 1조2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핵무기 현대화는 그가 독창적으로 내놓은 정책 아니라 이미 이전 정권 때부터 논의 및 추진돼왔던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현대화를 계속 강조하고 나서는 것은 미군 무기 체계에 있어 핵무기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고 신형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군은 현재 중서부 소재 여러 기지들의 지하 사일로(핵무기 등 위험 물질의 지하 저장고)에 장거리 핵 미사일을 대략 450개 정도 갖고 있다. 탄도 미사일 잠수함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B-2와 B-52 폭격기들도 보유하고 있다. 소형 핵무기들은 미 공군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은 냉전시대가 끝나고 그동안 3번에 걸쳐 핵 무기 정책을 재검토 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0년 이뤄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소련과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2018년까지 지상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 탄도미사일,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와 함께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기로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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