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인천, 광주, 경주, 천안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 140명이 17일 경기 안산에 모여 "한인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임이고리씨 등 고려인 140명은 이날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고려인 만민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참가자들은 2시간가량 한국에서의 생활과 애로사항 등을 토론한 뒤 '고려인 선언문'을 채택했다.
고려인 140명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 고려인은 한국의 영웅과 영예로운 아들들(신채호, 안중근, 이동휘, 이범윤, 이상설, 최재형, 홍범도 외 많은 분들)의 후손"이라며 "우리는 연해주에서 일제로부터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단체인 '권업회'와 '성명회'를 조직하고 '해조신문' 등을 발행한 분들의 후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80년 전 소련 스탈린의 탄압으로 중앙아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됐고, 사막과 메마른 초원을 개척해 살아남았다"며 "이후 소련이 붕괴되자 우리는 또 다시 혼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고려인들은 15개의 신생국가 국민들로 갈라지게 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문제, 주거문제, 문화적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80년이라는 세월과 여러 상황들로 우리는 모국어를 잊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민족의 전통을 숭고하게 여겨왔고 여전히 고려인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를 역사적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동포로 인정해주기 바란다"며 "그리하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너그러움을 보게 될 것이다. 고려 사람들을 동포로서 법적·사회적 지위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결정해야 할 시기가 성숙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이곳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고려인들을 도와주기 바란다. 모국어와 모국의 문화, 역사를 잘 알 수 있게 도와주고, 이곳 조상들의 조국에서 가족·지역단체를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고려인들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무너진 우리의 삶을 스스로 협력해 새롭게 복구하겠다"며 "우리는 한인이라는 자아의식을 공고히 하고 대한민국의 헌법, 한국의 문화, 역사를 존중하며 우리의 형제들과 함께 살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국내에서 고려인들은 3세까지 동포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4세부터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이번 만민회의는 최근 고려인들로 구성된 '고려인 전국 네트워크'가 주최하고, 고려인문화복지원센터 '너머'가 주관했다.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단체를 구성해 공식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민회의는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이날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고려인 특별법 개정 등을 고려인 대회' 행사 차원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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