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향후 법적 절차는···끝장소송? 극적합의?

기사등록 2017/08/31 16:31:45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김성락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법원은 노동자 2만7424명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2011년 사건의 노동자 2만7000여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7.08.31. photocdj@newsis.com
노사, 1심 판결 후 합의 여부 고려하겠다던 입장
1심 법원 "갈등 봉합·화해 가능성 출발점 바람"
사 측, 즉각 항소 뜻···2심도 '신의칙' 쟁점 될 듯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회사가 노동자 2만7400여명에게 4224억원 상당의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법적 다툼이 계속될지 극적 화해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와 노동자들은 1심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와 회사 경영상 위기를 근거로 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 여부를 두고 지난 6년여간 첨예한 공방을 벌여왔다.

 1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선고 직전까지 기아차와 노조에 화해 또는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사를 물었지만 결국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기아차와 노조는 1심 판결이 선고된 후 합의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후 항소심에서 조정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이날 선고에 앞서 재판부도 "변론 종결 전 쌍방에 조정이나 화해 뜻이 있는지 물었는데 모두 1심 판결 선고 후 화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번 판결 선고가 양측에서 말한대로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 가능성을 열어주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했다.

 일단 항소심으로 사건이 넘어간 후 양측이 조정을 원하거나 재판부가 권유을 해서 조정기일이 별도로 열릴 수 있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조정이 성립되면 1심 선고 결과가 아닌 조정 결과가 최종 반영된다. 실제 이와 유사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조정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하지만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소송 절차로 돌아와 법적 다툼이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가 양측에 강제 조정 내용을 보내 2주 안에 이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 내용대로 확정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노동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법원은 노동자 2만7424명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2011년 사건의 노동자 2만7000여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7.08.31. photocdj@newsis.com

 또 양측이 조정에 뜻이 있다면 항소심에서 조정기일을 별도로 잡지 않고 재판부가 화해권고 결정을 보내 노조와 경영진의 각 입장을 확인하고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아차 측은 선고 직후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혀 조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측은 "청구금액에 대비해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 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사 소송의 경우 1심 판결에 불복할 시 판결문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 내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기아차는 항소심에서도 신의칙 위반 여부를 두고 재차 다툴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이를 지급한다고 해도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있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8년여간 회사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 등에 비춰 기아차의 재정 및 경영 상태와 매출실적이 나쁘지 않고 9년여간 매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온 경영성과급 금액에 비교해 경영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기아차 측은 이 같은 법원 판단이 신의칙 적용 여부를 너무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측은 "특히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1심이 제시한 분할 상환 등의 대안에도 노사 합의의 어려움을 표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수 있다. 영업이익 감소 등 회사 경영 상황이 어렵고 통상임금 지급으로 인한 영향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회사로서는 이번 판결이 일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도 계속돼 경영상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하에 항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사로선 정기 상여금을 없애고 기본급화를 시켜야 하는 임금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회사가 조정을 바란다면 재정 상태를 공개하고 근로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근로자 권리를 부정하고 제약하면서 화해를 요청하는 것은 화해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통상임금을 둘러싼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판결한 신의칙 원칙은 일률적 적용이 아닌 개별 상황에 따라 판단하도록 돼 있어 각 회사 재정과 경영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a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