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데뷔 12년 차 뮤지컬배우 오소연(32)이 한껏 성숙해져 있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일약 브로드웨이 스타가 되는 '페기 소여' 을 맡아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작은 먼지 취급을 당해도 "꿈꾸는 먼지이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소여처럼 항상 밝고 긍정적이다.
최근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오소연은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다"면서 "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저를 많이 지워요. 그래서 신선함이 느껴졌으면 한다"고 했다.
'페기 소여'로 변신하면서 "데뷔 초에 역할을 맡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며 활짝 웃었다.
2005년 뮤지컬 '찰리 브라운' 앙상블로 데뷔한 오소연은 소극장 무대에서 활약했다. 오디션도 수차례 떨어졌다. "소여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소여처럼 집이 지방이라 서울의 타지 생활도 힘들었고요"라고 돌아봤다.
오소연이 빛을 보게 된 건 2008년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고 나서부터다. 다음부터 캐스팅 제의 전화가 이어졌고 주요 배역 오디션을 볼 기회도 늘어났다.
이후 관계자들과 관객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자 자신에게 분기점이 된 작품은 2011년 '넥스트 투 노멀'. 평범해 보이지만 우울증과 과대망상을 앓고 있는 어머니 '다이애나'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게 된 딸 '나탈리'의 방황과 성장을 적확하게 표현하면서 호평 받았다. 이미 입증된 가창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듬해에는 황금기였다. 성인 역할로는 첫 주연작인 '파리의 연인'을 비롯해 자신의 체중보다 2배 이상 많은 헤비급 발랄 소녀 '트레이시'를 연기한 '헤어 스프레이',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 '벽을 뚫는 남자'의 이사벨을 연달아 맡았다.
이런 역할에만 한정되는 것이 두려워 2014년에는 변신도 시도했다. 도발적이고 과감한 '보니앤클라이드'의 보니, 연약한 소녀에서 당당한 숙녀로 성장하는 '레베카'의 '나'가 그랬다.
오소연은 "보니는 정말 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출연했던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러 변신을 택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걸 택하게 됐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남녀 관계에 대해 순수한 소여에게 뮤지컬 작가 메기 존스가 "너 스물 두살 맞니"라고 묻는데 오소연의 소여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12년 차 뮤지컬배우가 여전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음은 편안졌으나 대신 육체적인 노력은 더 치열해졌다. 탭댄스를 거의 다시 배우다시피한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특히 그랬다. 이 작품의 대표 이미지는 주역 배우는 물론 앙상블들이 함께 합을 맞추는 탭댄스다. 탭은 쉽게 배울 수 없어 주로 출연한 배우들이 시즌마다 다시 출연하는 경향이 짙다.
이미 개막한 공연인데도 연습실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연습을 쉬지 않고 있다. "제가 최정원·배해선·전수경·김경선 선배님을 보온 것처럼 후배들이 저를 봐준다면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모범적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런 생각보다 우선 제 할 일을 먼저 제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맞죠.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작품이에요." 10월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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