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과 상생위해 자생하려는 노력 필요”

기사등록 2017/08/14 09:07:53 최종수정 2017/08/14 09:08:16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제주시청 옆 벤처마루 3층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내 J-SPACE 라운지 전경. 2017.08.11. susie@newsis.com


입주기업 65개·투자유치금 70억4천만원···IT·BT 중심 지역 특화사업
“스타트업 황무지인 제주도 내 유일한 창업 인프라 지원 기관”
“행정이 주도하다보니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태생적 한계”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청 앞 벤처마루 3층. 라운지 바깥쪽에 위치한 서재 앞 벤치에는 대학생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고 라운지 중앙 테이블에는 백발의 노신사가 노트북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곳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제이스페이스(J-SPACE)로 개방된 무료 공간이다.

 원스톱상담실 앞 테이블에 유난히 들떠 보이는 한 청년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 군대를 제대했다는 강민범(24·제주)씨는 액세서리 대여 서비스 창업에 필요한 세무 상담을 상담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막연히 꿈만 꿨던 창업에 필요한 세무·법률 관련 상담을 받기 위해 왔다”며 “취업이 걱정돼 경기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했지만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실현 가능하다면 제주도에 다시 내려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뉴시스】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기업들 간 협력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스타트업의 창업 도움판 역할

 지난 2015년 7월에 문을 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비 및 지방비 약 30여억원(지난 2016년 기준)과 카카오 및 아모레퍼시픽의 현물지원(시설 리모델링·강연프로그램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 목표는 ▲ 동아시아창조허브 구축 ▲ 관광사업 고부가가치화 지원 ▲ 제주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사업 지원 등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강씨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사업성 있는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의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면 6개월간 독립된 사무실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 및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백 없고 끈 없는’ 입주기업들에게 이러한 정보 제공 기회는 창업을 위한 도움판 역할을 한다.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의 홍보 플랫폼을 개발하는 ㈜여행상자의 대표 이재석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원 사업과 같은 창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센터에서 개최하는 창업 관련 세무·법률 세미나도 혼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센터는 또 예비창업가들은 센터가 운영하는 교류협력·투자연계 프로그램(JEJU THE CRAVITY·사람도서관·데모데이)을 통해 성공한 창업가 및 다른 업종의 예비창업가, 관련 업종의 투자처 관계자 등과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제주시청 벤처마루 3층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원스톱 상담실에서 세무 관련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2017.08.11. susie@newsis.com


 ◇입주기업 65곳, 투자유치금 70억4천만원···농·관광업에 스마트 기술 접목 사업

 약 2년 동안 센터를 거쳐 간 입주기업은 총 65곳이다. 농업과 관광업의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제 산업 구조 특성에 따라 관광객 대상 여행 물품 대여 서비스, 중국인 대상 온라인 결제 서비스, 스마트 테마파크 조성 등 관광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사업과 농어촌 빈집 민박 프로젝트, 농약탱크 조절장치 개선 등 농업 관련 사업이 주를 이룬다. 

 이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70억4000만원이다. 센터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정착에 성공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음 주에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계약이 잡혀있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인위적 기관, 독립적으로 자생할 수 있어야”

 제주도는 경제 산업 구조와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스타트업이 자생하기에 열악한 여건을 가졌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유일하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시설이다.

 이렇듯 센터가 스타트업의 황무지 같았던 제주 지역에 창업의 씨앗을 틔우고 있다는 데엔 대부분이 동의하지만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의 변화 없이는 장기간 존속이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비 및 지방비 예산으로 운영되는 행정기관인 만큼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형준 제주스타트업협회장은 “제주 센터가 제주도 내 스타트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자체가 지난 정부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뭐만 하려하면 복잡한 행정 절차에 따르느라 매사에 사업과 관련도 없는 일 때문에 사업 추진 자체가 힘들어지고 답답한 측면이 있다”며 “스타트업 관련 사업은 민간이 주도를 하고 행정은 스타트업이 마음껏 혁신을 펼칠 수 있도록 과감히 권한을 주고 이에 대한 지원을 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 역시 혁신센터와 스타트업의 상생을 위해서는 센터의 자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신생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사업상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고 정착하기 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다보니 중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에 운영권이 묶여 있으면 안정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없어 자생 가능한 독립적인 기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올해 초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 성과와 관계없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폐 위기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이미 예상한 결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susi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