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에 안전자산 상승세···전문가들, 시장 불안 장기화엔 회의적

기사등록 2017/08/10 11:39:51
【베드민스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08/09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성공 보도를 놓고 북미 양국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미국 증시를 비롯한 자본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우와 나스닥을 비롯한 주요 지수는 이틀 연속 일제히 하락했고, 금·엔화·원유는 상승했다. 증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수치화한 ‘시카고옵션거래소의 '공포지수(VIX)’도 이틀 연속 올랐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험한 공방을 펼쳐온 북미 양국간 역사를 되돌아보며 학습효과를 지적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전면전 등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또 이날 장 막판 매도세가 꺾인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증시 하락에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디즈니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마켓워치, AP통신 등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6.64포인트(0.17%) 떨어진 2만2048.70으로 장을 마쳤다. 8일(33.08)에 비해 하락폭이 더 확대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18.13포인트(0.28%) 내린 6352.33에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90포인트(0.04%) 하락한 2474.01에 마쳤다. 나스닥은 하락폭이 더 커졌고, S&P500지수는 하락폭이 감소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도 13.20, 0.94% 떨어졌다.

 미 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한 데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8일자 보도로 재점화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몫을 했다. 북미 양국이 화염, 전면전, 괌타격 을 비롯해 개전을 시사하는 험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주식, 달러를 비롯한 위험 자산을 매각하고, 금과 엔화, 국채, 원유 등 현물을 사려는 수요가 놓아졌다는 뜻이다.

 
 금(12월 인도물)은 이 날도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뉴욕시장에서 전장에 비해 16.70달러, 1.3%상승한 온스당 1279.30달러에 장을 마감한 데 이어 오후 10시03분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 2.40달러, 0.19%오른 온스당 1281.70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채 10년물 이자도 연 2.25%로 소폭 하락(가격상승)했다. 엔화 상승세도 이어졌다. 엔화가치는 ‘1달러=109.85엔’으로 전장의 110.48엔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국제유가도 반전했다. 미국산 서부텍사스유(WTI) 9월 인도물은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전장에 비해 39센트, 0.8%오른 배럴당 49.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장마감후 시간 외 거래에서 이 시간 현재 0.01달러, 0.02%하락한 배럴당 49.55달러를 기록 중이다. 영국산 브렌트유는 이날 ICE에서 10월 인도분도 56센트, 1.1%%상승한 배럴당 52.70달러를 기록했다.

 ‘공포지수’로 널리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이틀 연속 상승했다. 전날에 비해 0.15포인트, 1.37%오른 11.11을 기록했다. 공포지수는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수치화해 나타낸 지표로 주식시장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공포지수의 이러한 급등은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미간 갈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피력했다. 북미 양국이 거친 언사를 자제하고 있는 데 주목하는 한편, 투자자들은 이러한 거친 언사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앞서 2006년, 2009년, 2012년에 이어 2016년에 핵실험을 하며 양국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은 바 있지만, 이러한 갈등이 국지전으로도 비화된 적이 없다는 ‘학습효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주식시장 하락은 북미 양국간 갈등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업체 디즈니의 실적 하락·스트리밍비디오 시장 진출 소식, 그리고 프라이스라인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상승도 북미간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 외에도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등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주 미원유 재고는 650만 배럴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유가는 이 시간 현재 장외시장에서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시장 스트레터지스트인 제이제이 키나한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양측이 다시 거친 언사를 한다면 시장이 다시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현재 시장 참가자들은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다렐 크롱크 대표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시장은 이러한 발언을 ‘화염(fire)이 아니라 허장성세(saber-rattling)와 연막(smoke)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신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이날 장 초반에 주가를 제약하고, 금과 채권 가격을 밀어 올렸다"면서 "하지만 장 막판에 트레이이더들은 지정학적 드라마( the geopolitical dram)에 침착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yunghp@newsis.com